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기관 도산절차 주도 "금감위-법원으로 이원화를"

KDI "감독당국 권한 지나쳐 경제위기 때만 허용해야" <br>실제 금산법 개정에 반영여부 주목


금융기관이 도산할 때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만 금융감독위원회가 해당 금융기관의 도산절차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됐다. 현행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은 금융기관 도산 처리와 관련, 금융감독당국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 부분적으로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 위기의 위험이 없는 소형 금융기관들의 처리 때는 법원의 견제 권한을 보강해 사전 또는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KDI의 주장은 최근 금융감독당국 직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감독 권한을 독점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행 금산법 법ㆍ경제논리에 위배=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1일 ‘금융기관 도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한 특별법 ‘금산법’이 금융감독당국에 지나치게 포괄적인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기관 도산으로 인한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보다 전문성이 뛰어난 금감위가 도산절차를 주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면서도 “구조적 위기의 위험이 없는 소형 금융기관들은 법원의 견제 권한을 보강한 새로운 절차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원트랙’ 방식을 ‘투트랙’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금산법은 금융기관 도산과 관련된 대부분의 권한을 법원이 아닌 금감위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기업도산 절차는 기본적으로 법원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금산법은 원천적으로 ‘법적 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금산법상 금감위 행정처분은 주주총회와 동일한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법원의 견제로 시장신뢰 확보=해외 금융선진국들도 우리처럼 금융기관의 특수성을 인정, 법원이 관리하는 도산법이 아닌 특별법 형태로 금융기관 도산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파산법이 적용되지 않고 금융기관별 특별법이, 일본은 갱생특례법이 파산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처럼 절차에 관한 모든 권한이 행정부에 집중돼 있지는 않다. 예컨대 캐나다와 프랑스는 법원과 금융감독당국이 각각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게 된다. 강 연구위원은 “행정 결정에 불복하는 이해당사자에 의해 감독당국이 피소될 위험도 있는 만큼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법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도산했을 때 ‘구조적 위기’ 가능성이 있으면 이해당사자의 권리 제한이 불가피한 현행 ‘금감위 트랙’을 적용하고, 반대의 경우 법원 권한이 강화된 ‘금감위ㆍ법원 트랙’으로 금산법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게 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