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종결된 SK그룹 수사는 재벌체제의 치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또한 금융감독원ㆍ금융기관 등의 기업감사 활동 미흡이라는 문제점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향후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펼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분식회계ㆍ주식 부당내부거래ㆍ이면계약 혐의=검찰에 따르면 SK글로벌은 지난해 1월 1조1,881억원의 은행채무를 없는 것으로 위조하는 등 2001회계년도 이익 잉여금 1조5,587억원을 과대계상 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김승정 글로벌 부회장 등 그룹측은 95년부터 그룹의 부실을 글로벌에 떠넘기고 분식회계를 관리해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영화회계법인은 별다른 의심 없이 글로벌의 위조자료를 받아 들였다. 검찰은 2001년 이전에 이뤄졌던 글로벌의 분식 내용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대출사기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측이 출자총액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SK(주) 지분 1,000만주(매각당시 1,530억원)를 역외펀드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는 내부보고서를 확보, 공정위에 고발 의뢰해 처리하기로 했다.
최 회장 등은 작년 3월말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자신의 비상장 워커힐 주식 325만주를 주당 4만495원으로 적정기준보다 비싸게 평가한 뒤 SK C&C가 보유중인 SK㈜ 주식 646만주(주당 2만400원)와 맞 교환해 SK C&C에 모두 716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최 회장은 이에 따른 양도세를 내기 위해 글로벌이 주당 4만495원에 비싸게 자신의 워커힐 주식 60만주를 243억원에 인수토록 했다. 또 99년 SK그룹과 JP모건간 SK증권 주식 이면계약 과정에 개입, 1,078억원의 옵션이행금을 글로벌 해외법인들이 부담토록 해 글로벌 등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
◇외압 여부 쟁점= 이인규 형사9부장은 “외압이 들어온 것은 맞다”며 “`날리겠다`는 말을 들었으나 민주당 이상수 총장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으며 외압이 실제 수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제3의 인물이 외압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그는 또 외압 당사자로 언론에 지목된 이근영 금감위원장에 대해서는 “상관없는 것 같다. 모른다”고 덧붙였다.
◇재벌 편법 상속ㆍ증여에 강력경고=이번 수사는 편법 상속ㆍ증여라는 비난을 받아 온 재벌 오너의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한 최초의 사법처리 사례다. 또한 회계법인과 금감원, 금융기관 등의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외이사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확인돼 개선과제로 떠올랐다. 이인규 형사9부장은 “살아있는 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검찰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수술대에 올렸다”며 “SK그룹이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다른 기업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 수사확대는= SK와 비슷한 수법의 부당내부거래 등을 저지른 재벌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 검찰은 “아직까지는 삼성 등 다른 그룹들의 비리 사실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은 수사를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두산의 부당내부거래와 한화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된 만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르면 내주부터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고광본,최수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