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18일] 시스템에어컨의 오해와 진실

올해 초 한파가 이어지며 난방 에너지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간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몇 차례나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자 정부는 시스템에어컨 보급 확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보급 억제를 위해 개별소비세 부과 방안을 검토했다. 이런 소식만으로도 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문이 일어났고 일부에서는 정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냉난방 시스템을 다루는 학술단체 대표로서 필자는 시스템에어컨에서 비롯된 논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올바른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냉난방 겸해서 사용 효율 높여 시스템에어컨은 용량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실외기와 여러 개의 실내기로 이뤄진다. 실내기가 여러 개라 멀티히트펌프로도 불린다. 히트펌프의 원리는 외부에서 일(대부분은 전기)을 투입해 열을 저온부에서 고온부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에서 난방을 할 경우 실외는 저온부가 되고 냉방할 때는 실내가 저온부로 된다. 특히 시스템에어컨을 난방에 사용할 경우 일부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므로 다른 방식에 비해 매우 효율적이다. 예컨대 같은 조건에서 100만큼의 난방 효과를 내기 위해 가스난로는 100, 전기난로는 300의 1차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지만 시스템에어컨은 75(나머지 25는 자연 에너지를 흡수)만 공급하면 된다. 난방 효율성 관점에서 볼 때 최대 전력사용량 조절을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스템에어컨 보급을 규제하려 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발상이 아니다. 난방용 시스템에어컨 사용이 최대 전력사용량에 미친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 실외기를 기준으로 지난 2004년 이후 시스템에어컨 보급대수는 37만여대이며 대당 평균 난방소비전력은 7.3kW 정도이다. 용도별로는 학교용이 약 40%이고 나머지는 일반용이다. 통계에 따르면 추운 겨울 일반용 시스템에어컨의 가동률은 95%를 넘지 않고 학교용은 겨울방학 기간이므로 20%에 그친다. 따라서 시스템에어컨이 사용한 전력은 대략 165만kW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하루 최대 전력사용량 6,856만kW의 2.4% 정도이다. 시스템에어컨을 겨울철 전력사용량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한 수치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을 근간으로 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미미하기 때문에 난방 에너지 증가분은 모두 화석연료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난방 방식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에너지 효율이 높아도 전력사용량이 크면 발전설비를 확충해야 하는 난제가 있고 전략사용량이 적더라도 에너지 효율이 낮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므로 선택하기 힘들다. 따라서 전력사용량은 크지 않으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시스템에어컨은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난방 방식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시스템에어컨을 신재생에너지 활용기기에 포함시켜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보급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뿐만 아니라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은 냉방기기와 난방기기를 따로 설치하는 것에 비해 공간활용과 설치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실외기 용량이 부하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므로 성능이 높은 장점도 있다.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지속성장·고용증대에도 도움 대한민국은 세계 4위의 냉동공조제품 생산국이자 시스템에어컨 매출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2개사를 보유한 국가이다. 시스템에어컨 분야에서 우리는 이미 높은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확대를 감안할 때 지속적 성장과 고용증대를 이룰 수도 있다. 향후 시스템에어컨과 관련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여기 거론된 사항을 포함해 다각적인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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