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6일] 오바마 스마트 외교, 中 겨냥할까

변화를 외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일방주의 외교로 인심을 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상대방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게 만드는 스마트 외교를 지향했고 적대국과의 대화를 중시했다. 지난 1년간 스마트 외교를 바탕으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화와 설득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여전히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이란은 농축 우라늄 제조기술 보유를 주장하며 핵개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대화와 설득에 중점을 둔 스마트 외교의 한계가 지적됐다. 대화·설득노력 가시적 성과 못내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오바마 행정부의 스마트 외교가 정교해지고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 중심의 하드파워와 외교ㆍ문화 중심의 소프트파워를 '영리하게 조합'한 스마트파워가 스마트 외교의 근간인데 미국의 최대 외교 현안인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보면 스마트파워가 본격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3만명의 추가 파병을 앞둔 미군과 NATO군은 최근에 탈레반 거점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탈레반 세력 약화를 위해 하드파워를 사용한 것이다. 동시에 오바마 행정부는 온건한 탈레반 세력을 중심으로 아프간 재건에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소프트파워 사용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영리한 조합, 즉 스마트파워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스마트파워 적용 부분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하게 볼 것은 미중관계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중국은 이라크 전쟁, 이란 문제, 북핵 문제 등 갈등요소에도 불구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 환율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대표적인 중국 협력론자로 꼽혀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워싱턴에서는 중국과의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다. 미국이 경제는 물론 정치ㆍ외교 분야에서 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반도안보지수에 따르면 미중관계는 지난 2005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기간에 불거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와 달라이 라마 접견 발표를 감안하더라도 미중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고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지만 이번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이는 어쩌면 소리만 요란했던 부시 시절의 일방주의보다 오바마의 스마트 외교가 미중관계를 더 치열한 대립구도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미중사태는 일회성 갈등이 아니라 오바마 정부가 정교한 스마트파워를 적용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이중적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양날을 적절히 사용할지가 관심사다. 물론 소리 없이 행동하는 중국의 외교 스타일상 미중관계의 불안정을 당장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간의 대립이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울 시점이다.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 당장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북핵 문제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해달라는 협조요청을 하는 대신 이미 적용된 스마트파워, 즉 대화(소프트파워)와 제재(하드 파워)를 지속적으로 적용하며 영리하게 기다릴 것이다. 중국 또한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도록 내버려둬 북중 간 교역을 활성화하려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당장의 안보위협은 아니지만 결국 한반도의 어느 한쪽이 서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절뚝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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