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을 두고 ‘이웃나라이면서도 먼나라’라고 말한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창업시장에서 일본은 이웃나라다. 한국과 일본은 2시간 안팎의 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데다 소비 선호도가 비슷해 일본의 창업시장은 줄곧 국내 업체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다.
새롭게 선보인 일본의 아이템이 별다른 여과 없이 국내 창업시장에 접목되는 경우도 많았다. 90년대에는 영화감독 이규형이 쓴 ‘일본을 보면 돈이 보인다’라는 일본 체류기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아이템을 들여와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의 창업박람회는 국내의 창업 전문가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아이템 사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도쿄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일본프랜차이즈쇼 & 비즈니스엑스포’도 이러한 이유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여러 가지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외식·서비스·판매 프랜차이즈 등 17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 1975년 199개의 프랜차이즈 본부에 가맹한 가맹점들의 총 매출액이 1조3,800억엔이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금 1,500여개 본사에 총 매출액 17조7,500억엔으로 약 7배나 성장했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시장은 매년 다양한 업종이 등장하고 업태(業態) 또한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창업 박람회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예비 창업자 사이에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한국음식 즉 한류(韓流) 아이템의 등장과 정보의 세분화, 리사이클링 업종의 호조, 배달 업종의 확장이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류가 일본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떠오른 것은 색다르면서도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국내 참가자들의 평가다. ‘한국식’ 혹은 ‘한국풍’을 내세운 일본 외식업체들이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코리아 숯불 닭 바비큐’ ‘본죽’ ‘홍초불닭’ 등 한국 외식업체들은 이미 일본에 진출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본 프랜차이즈 시장까지 진출해 비교적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한류의 영향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음식이 정통 일본 외식 아이템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인 일본의 새로운 아이템과 창업 트렌드를 살펴보면 외식업의 경우 전통적인 일식 아이템인 돈까스, 우동, 라면, 야끼니꾸와 퓨젼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이템의 복합화 경향은 시대적인 추세였다. 또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일본에서도 가격파괴는 다양한 업종에서 선보이고 있다. ‘마루키라’라는 업체는 불고기전문점 ‘희’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입장료 8,000엔을 받고 한 접시에 100~300엔 수준의 고기를 가격파괴 형태로 판매하는 영업 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웰빙 열풍이 불고 있는 국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다이어트, 건강, 피부 마사지 등 다양한 생활 지원 서비스업종이 선보였다. 이밖에 자동차 관련 전문기술 덴트업, 자동차 인테리어 아이템도 눈길을 끌었고 주택의 외벽이나, 브라인드, 가구를 수리하는 기술 지향형 아이템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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