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뷰] 창극 춘향

인간의 감정 표현 자유로운 판소리의 묘미 가득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분야는 단연 판소리다. 국립창극단의 111번째 정기공연인 ‘춘향’은 이러한 판소리와 극이 조화를 이룬 공연이다. 판소리를 기본으로 화려한 무대와 연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창극은 서양의 오페라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 특히 판소리는 상황에 따라 소리꾼의 음색이 변화무쌍하고 음의 고저가 무한대인 특성을 이용해 미세한 감정표현까지 가능하다. 왕기철(몽룡)과 김경숙(월매)의 소리와 연기는 혼이 실려있다. 특히 이몽룡이 어사가 돼 남원으로 돌아와 춘향이네 집에서 장모와 상봉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두 사람은 판소리를 통해 마치 계산해 낼 수 없는 절묘한 음의 교환을 이뤄낸다. 이 속에서 실력과 분위기가 만났을 때 판소리가 주는 즉흥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과 관객들의 어울림도 즐겁다. 서양의 오페라는 노래가 끝나야 관객들이 응수하지만 창극은 구경꾼들의 이어지는 장단이 무대의 신명을 더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몽룡이 어사 신분으로 남원 고을에 당도했을 때 농민들이 부르는 ‘농부가’에 관객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춰 배우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는 추임세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무대와 객석에 공명이 일어난다. 무대의 감정이 객석으로 실시간 전달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대 장치도 독특하다. 특히 광한루에서 춘향이 그네 뛰는 장면은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하다. 긴 그네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그네 뛰는 모습은 무대의 3차원 구조를 깨뜨리고 역동성을 더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라면 미세한 부분의 마무리가 말끔하지 못했다. 판소리는 한자와 고어를 사용해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했다면 세밀한 부분까지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고어는 현대어로 풀이를 해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반주에 마이크를 사용해 일부 대목에서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처럼 시끄러운 것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판소리 자체가 음악이기 때문에 소리를 할 때는 최소한의 반주가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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