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훈(20)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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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일본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바둑돌을 놓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이 9일 일본 도쿄에서 제18회 대회의 막을 올린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어린왕자’ 박영훈(20) 9단은 7일 오전 출국에 앞서 “최근 위태한 한일관계를 볼 때 꼭 우승해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고 싶다”며 2연패의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박 9단은 지난해 유키 사토시, 야마시타 게이고, 장쉬 등 일본이 자랑하는 차세대 정상 고수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결국 ‘한국기사 킬러인’ 요다 노리모토 9단까지 1집 반차로 물리치고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때문에 박 9단은 일본기사 킬러로 떠올랐다.
지난 87년 창설돼 세계 최초의 메이저 국제기전으로 출범했던 후지쓰배는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원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본이 초창기 반짝 우세를 보였으나 93년 제6회 때 유창혁 9단이 첫 우승한 이래 한국이 통산 10차례 우승, 전유물로 만들었다. 한국은 특히 98년 11회 대회의 이창호 9단부터 지난해 박 9단까지 7연패의 아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기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의 후지쓰배 8연패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주최국인 일본에 비해 1명 적은 7명이 출전하지만 박 9단을 비롯해 최강 이창호 9단, 국내 3관왕 최철한 9단, 송태곤 7단, 이세돌 9단, 유창혁 9단, 김성룡 9단 등 각자가 모두 우승 후보다. 자신의 우승 가능성이 10% 이상 될 것 같다는 박 9단은 “이창호 9단이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며 “내용이 좋은 바둑을 두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성적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기전 2관왕이지만 국내기전 타이틀이 없어 국제파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국제기전은 내 스타일에 맞는다. 대국과 대국 사이의 기간도 긴 편이고 대국환경도 국내기전에 비해 좋다”고 설명했다.
우승상금 1,500만엔(약 1억5,000만원)이 걸린 이번 대회는 9일과 11일 일본기원에서 7개국 24명의 기사들이 출전한 가운데 1, 2회전을 치러 8강 진출자를 가린다. 8강은 6월4일, 준결승과 결승은 7월 초에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