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머.조크없이 시종결연한 표정

■ 기자회견 이모저모김대중 대통령의 14일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경제난 극복, 월드컵ㆍ아시안게임, 대선ㆍ지방선거, 남북ㆍ미북관계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데다 진승현ㆍ윤태식씨 사건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형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회견은 19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청와대 춘추관 대회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1시간10여분 가량 진행됐으며 KBS, MBC, SBS, YTN 등 주요 TV방송들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 대통령은 짙은 청색 정장 차림으로 회견장에 입장, 18분가량 '21세기 국운융성의 길을 엽시다'란 제목의 연설문을 읽은 뒤 경제전망 및 대책, 부정부패 척결대책, 개각문제, 남북관계 등에 관해 16명의 기자들로부터 차례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김 대통령은 모두연설에서 "올해는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우리 대한민국에 국운융성의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새해 인사를 한 뒤 곧바로 각종 게이트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그것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일부 벤처기업들의 비리사건"이라며 진승현, 윤태식씨 사건 등 일련의 벤처기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김 대통령은 "몇몇 벤처기업들의 비리에 일부 공직자와 금융인, 심지어는 청와대의 몇몇 전현직 직원까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저는 큰 충격과 더불어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심정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김 대통령은 "이러한 비리를 투명하게 밝히고 엄정하게 처리함은 물론 제가선두에 나서서 이 기회를 비리척결의 일대전기로 삼고자 굳게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도 "다시한번 이번 일부 벤처기업들의 비리 연루사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 우리 정부와 사회 각 분야의 부패척결에 불퇴전의 결의를 가지고 임하겠다"고 재삼 다짐했다. ○.김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마친 뒤 16명의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차례로 질문을 받았다. 이날 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예년과 달리 유머나 조크를 가급적 삼간 채 시종 진지한 자세로 국정 각분야에 대한 정책추진 계획을 밝혔다. 특히 김 대통령은 부패문제, 교육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죄송하다','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거듭했다. 김 대통령은 한 질문에 5분을 넘지 않게 간결하게 입장을 밝혔으나 경제전망이나 중산층ㆍ서민생활 안정 대책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비교적 자세히 정부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공적자금ㆍ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주무장관에게 먼저 답변토록 한 뒤 보충답변을 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개각시기와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매일 터져나오는 게이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무슨 일이 또 일어날 지 걱정이 돼서 개각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해 각종 비리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음을 내비쳤다. 이어 김 대통령은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려서 국민 사기를 올렸으면 좋겠다"며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우리 축구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했다. 김 대통령은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150조원이 투입된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은행이 부실대출해서 펑크가 나니까 현정부가 뒷수습해준 것", "공적자금을 부실 기업인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지원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또 김 대통령은 인사정책에 관한 질문에 "참으로 어렵다"고 운을 뗀 뒤 "(인사를) 해놓고 보니까 잘 안된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연ㆍ학연ㆍ친소를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잘못된 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대입수능시험 난이도조절 실패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데 대해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출제자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해주고 (문제를 쉽게 출제)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아쉬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대통령은 기자들과 악수한 뒤 이한동 총리 등 배석했던 국무위원ㆍ청와대 비서진들과 잠시 환담하다 회견장을 떠났다. 황인선기자 김홍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