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정말 무서워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집중된 데다 결혼식ㆍ회갑 등 애경사도 워낙 많아 지출할 돈이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중견기업의 과장으로 일하는 손용석(39ㆍ서울 거여동)씨는 이번 달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어린이날에다가 곧 다가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장동료ㆍ후배들의 결혼식이 잇달아 기다리고 있어 가계지출이 걱정된다. `1년에 한번인데 눈 딱 감고 카드로 해결하자`며 빠듯한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아내를 설득하는 게 연례 행사일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월엔 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삼성카드사에 따르면 지난 해 5월에 이용한 카드사용률은 같은 해 4월에 비해서 0.4%포인트나 증가했다. 개인 당 이용금액이 5,000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또 현금서비스 이용금액도 5월은 항상 높다. 지난해 5월 국민카드의 현금서비스 금액은 모두 5조2,16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급 절반이상 지출=손씨가 이번달 각종 기념일 선물로 준비하는 비용은 모두 40여만원. 부모님과 장인ㆍ장모께 드릴 선물로 각각 5만원씩 20만원을 예상하고 있고 자녀와 조카들 선물로 20만원을 배정했다. 또 `5월의 신부`를 맞는 회사 동료와 학교 후배 등 5명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축의금으로 25만원 지출할 예정이다.
야간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손씨는 스승의 날도 고민이다. 논문학기를 맞아 웬만한 인사치레로는 체면도 서지 않는 게 현실. 2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고 있다. 게다가 올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딸의 선생님에게도 성의를 표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손씨는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빠져 나가는 돈이 이번달 월급 통장으로 입금되는 수입의 절반 이상”이라며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와 저축, 은행이자 등을 합치면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마음의 선물`은 어떨까=5월이 두려운 직장인은 손씨 만이 아니다. 월급에 의존해 생활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비슷한 고민과 심정을 겪고 있다. 인사치레를 위해 지불해야 되는 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선물이 필요하다.
회사원 김향미(27ㆍ여)씨는 오는 11일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이 그 동안 틈틈이 익힌 동양매듭을 선물 하기로 했다. 형식적으로 몇 만원을 봉투에 담아 내기보다 자신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씨처럼 특기가 없다면 발 품을 팔아 저렴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축의금보다는 신혼살림에 적당한 소품이나 액서서리 등이 신랑ㆍ신부의 기억에도 오래 남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가족들에게는 물질적인 선물보다는 근교 소풍이나 정성어린 대화 등 마음의 선물이 좋다. 박인선 YWCA 노인복지관장은 “노인들은 가족이 한 데 모여 대화하는 걸 무엇보다 좋아한다”며 “형제ㆍ자매가 모여 근교에서 어르신들이 즐겨가는 곳으로 소풍가서 많은 얘기를 나누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가까운 여행지를 찾아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 가족간의 우애도 다지고 부모님과 아이들도 기뻐할 것이란 얘기다. 형제들끼리 십시일반으로 갹출하면 비용부담도 크지 않다. 여기에다 부모님과 아이에게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편지 글로 적어 낭독하는 이벤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최석영기자, 김성수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