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백40억 투입된 성층권 무인 비행선 ‘증발’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br>주관기관 항우연, "실패한 사업 아니다, 경제성을 입증 못했을 뿐이다"<br>주무부처 산자부, ITEP의 철저한 평가로 진행,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1백40억 투입된 성층권 무인 비행선 ‘증발’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주관기관 항우연, "실패한 사업 아니다, 경제성을 입증 못했을 뿐이다"주무부처 산자부, ITEP의 철저한 평가로 진행,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대덕=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최첨단 비행선이 사라졌다. 그것도 길이가 200m로 잠실운동장 만한 크기에 달하고 무게가 16톤 이상인 거대한 성층권 무인비행선이 슬며시 사라져 버렸다. 첩보소설이나 유명 마술사의 마술쇼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물론 실재로 존재하고 있던 비행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계획대로 라면 내년에 우리나라 상공에 떠 있어야 할 성층권 무인 비행선이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개발계획이 중단된 것이다. 성층권 무인비행선 개발사업은 지난 2000년 12월 산업자원부가 '차세대 신기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으며,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01~2007년까지 6년간 2단계에 걸쳐 총 456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지상 20~30Km 성층권에 길이 200m의 거대한 비행선을 뛰운다는 계획이었다. 공식 사업명은 '다목적 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선 개발사업'으로 무인 자율 비행능력을 가진 비행선을 성층권에 올려 놓은 뒤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장기체공하며 통신중계를 비롯 태풍 등 기상이변 추적 및 기상 관측, 해상감시(밀입국선, 조난선박, 해류및 파고, 해양오염탐지), 도시계획 및 지도제작, 산림감시(산불, 자원탐사), 오존층 감시 등의 임무를 수행케 하는 사업이다. 거창한 계획, 대대적인 타당성 홍보 당시 계획에 따르면 1단계 사업은 2000년 12월에서 2003년 8월까지 200m급 비행선의 축소모델인 50m급 비행선을 개발해 3Km 상공까지 올리는 시험비행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은 2003년 12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200m급 비행선을 개발해 20Km 이상의 성층권에 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2010년에는 상용화된 성층권 비행선이 실제 임무를 수행하며 가동됐어야 한다. 성층권 비행선이 수행하게될 다양한 임무 영역과 단일 사업으로는 적지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규모에서 보듯이 당시 언론들은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고가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가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성층권 비행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경제적인 최첨단 기술이라며 대대적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당시 도입이 어려웠던 공중조기경보기 대신 2~3대의 성층권 비행선을 활용해 공중조기경보체제를 구축 할 수 있다는 국방 활용측면도 크게 부각됐다. 실제로 공군은 2005년 하반기에 이 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성층권 무인비행선의 군사적 활용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거창한 사업 계획이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면, 세금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국민은 "왜 이 사업을 추진했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업 추진 단계에서 백지화 된 것이 아니라, 98억원이 투입된 1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하고, 다시 42억원을 투입해 2단계 1차년도 사업이 진행된 뒤 2005년말로 이 사업은 사라져 버렸다. 연구개발사업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다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140억원이라는 돈을 투입한 사업이 왜 사업 막바지 단계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으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해체된 비행선 항우연 창고로 이제 흔적없이 사라진 거대 비행선을 찾아봐야 한다. 결론부터 살펴보면 200m급 비행선은 제작이 진행되지도 않았으며, 1단계 사업인 50m급 축소 비행선만 2대(VIA-50, VIA-50A)가 시제기로 개발, 제작됐다. 이 또한 현재 실험용이든 전시용이든 실제로 가동되는 상태가 아니라 해체된 상태로 주관 연구기관이었던 항우연의 창고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실제 개발 일정도 2000년 12월에 시작돼 2003년말에 1단계 사업이 종료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004년 4월까지 1단계 사업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2004년 7월에 42억원의 예산이 승인돼 2단계 사업이 시작됐으며, 다시 2005년말로 이 사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한 현재 기준으로는 이 사업을 담당했던 산자부 주무관도 다른 부서로 옮겨가 담당자가 없는 상태이며, 항우연의 연구 책임자 역시 1단계 사업 이후 교체된 상태다. 가장 먼저 이 사업이 왜 중단됐느냐는 점이다. 당시 이 사업을 담당했던 산자부 정종윤 주무관은 "1단계 사업 종료 후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사업 타당성 평가를 통해 이 사업이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수백억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사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2003년 9월 산자부 국정감사 자료에는 2007년까지 1,750억원이 투입되고, 2004년 3월 '국가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수정단계에서도 2007년까지 총 456억원이 수정없이 그대로 투입된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성층권 비행선 사업이 1단계 98억원이 투입된 상태에서 200~300억원의 추가 비용 때문에 중단됐다는 것이다. 중도포기 예견된 2단계사업 그렇다면 2003년 9월 산자부 국정감사 자료와 2004년 3월의 '국가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수정 자료에 나타난 투자금액은 무엇에 대한 것이며, 실제 투자금액이 아니었다면 이들 자료는 모두 거짓 자료이거나 형식적으로 작성된 부실한 자료였다는 셈이다. 물론 연구개발 사업이 당초 계획에 적합한 수준의 결과를 얻지못해 중단하는 것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정 주무관은 "성층권 비행선 사업이 추진될 당시 비행선의 통신중계 기능을 활용해 무선 이동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1단계 사업이 종료된 2003년말에는 지상기지국을 통한 이동통신망 구축이 완료된 상태이므로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당시 1단계 사업의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항우연 비행선 그룹장 김동민 박사는 "성층권 비행선의 활용도는 다양했지만 당시 경제성 평가에는 통신 기지국으로의 활용에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단계에서 종료하지 않고 2단계 1차 연도 사업을 진행한 후 종료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1단계 사업이 실제로 종료된 2004년 4월(당초 계획으로는 2003년 12월)이라면, 성층권 비행선의 최대 활용처라는 통신 중계기능은 이미 쓸모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2004년이라면 이미 지상기지국을 활용한 이동통신망이 치밀하게 구축 완료된 상태였다. 이는 97년부터 상용화된 PCS 서비스를 계기로 이동통신 업체간 시장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2004년에는 성층권 비행선을 이용한 통신중계 기능이 이미 불필요해진 상태였다. 심지어 성층권 비행선 사업이 시작된 2000년말에도 당시 대표적인 무선 이동통신 서비스인 핸드폰은 지상 기지국을 통한 통신망 구축이 거의 완료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미 상실한 통신 중계기능의 경제성 이제 다시 근본적인 의문점인 "왜 이 사업을 추진했는가?"로 돌아가 봐야 한다. 성층권 비행선 사업이 중단된 이유에 따른다면 이 사업은 통신 중계가 목적이었지만, 성층권 비행선을 이용한 통신중계가 그다지 필요 없었던 2000년말에 추진됐고, 다시 통신 중계 기능이 전혀 필요 없었던 2004년 7월에 2단계 1차연도 사업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즉 산자부 관계자의 주장대로 라면 이미 경제성이 없는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성층권 비행선의 개발목적이 통신 중계가 아닌 다른 영역이었고, 통신 중계 기능은 부수적인 응용처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성층권 비행선 개발의 원초적인 목적은 위에서 언급했던, '통신중계를 비롯 태풍 등 기상이변 추적 및 기상 관측, 해상감시(밀입국선, 조난선박, 해류 및 파고, 해양오염탐지), 도시계획 및 지도제작, 산림감시(산불, 자원탐사), 오존층 감시 등'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 사업을 종료하는 과정에서 서류상으로 깔끔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것이 다름아닌 통신 중계기능의 경제성이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항우연 김동민 박사는 "1단계 사업 종료후 2단계로 넘어가면서 1년 내에 경제성을 입증하라는 조건부 예산 승인을 받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사업이 종료되기 수개월전인 2005년 9월에 공군전투발전단과 '성층권 무인비행선의 군사적 활용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이는 항우연측이 성층권 비행선 사업이 수개월 후 종료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측 못했거나, 성층권 비행선 사업 추진목적에 군사적 활용이라는 측면도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책임지는 사람없는 실패사업 다음으로 140억원 개발비가 투입된 사업이 슬그머니 종료된 것에 대한 책임 문제다. 참고로 내년도 우리나라 국가 R&D 예산은 8조9729억원이지만 성층권 비행선사업이 추진됐던 2000년 당시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 R&D 예산은 3조5312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책임 문제에 대해 산자부 정종윤 주무관은 "국가 연구개발사업이 담당 공무원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평가위원들의 철저한 평가를 거쳐 진행되며, 사업종료 역시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의 평가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나 연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 주무관은 "연구개발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성실 실패'와 '불성실 실패'로 구분하고 있는데, '성실 실패'의 경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목표를 얻지 못하는 경우이며, '불성실 실패'는 연구비 유용·연구개발 태만 등이 드러난 경우로 연구비 회수 및 주관연구기관의 국가 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비행선 사업을 궂이 분류한다면 '성실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우연 김동민 박사는 "사업 추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실패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환경변화에 따른 경제성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는 1단계 사업이 종료되기 전인 2003년 11월 50m급 비행선 시제기인 'VIA-50'에 대한 비공개 시험비행에 성공했으며, 총 17회 비행에 성공해 고도 1Km 상공까지 올렸다. 또 2단계 1차년도 사업에서는 성층권 비행이 가능한 재료로 제작된 'VIA-50A'를 이용해, 3Km 상공까지 올리는 시험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중단시 산자부의 최종 평가자료에도 "50m급 비행선의 3Km 고도상승시험 입증 및 성층권비행선의 설계, 체계종합 분야 기술, 소재기술, 시험기술 확보 등 당초 계획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이라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실패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김동민 박사는 "비행선 관련 기술이 전혀 없던 단계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1단계 사업 목표를 달성했으며, 2단계에는 200m급 비행선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며 ” 다만 연료전지 등 관련 기술의 발전속도가 늦어져 경제성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예측 없는 주먹구구식 따라하기 결론적으로 성층권 비행선 사업은 기획 당시 미국과 일본이 성층권 비행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충분한 기술예측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거창한 목표만 세우고 따라 나섰다가, 목표로 하는 수준의 결과를 얻기 어렵자 경제성을 이유로 중단한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성층권 비행선 사업은 기획단계에서 경제성을 충분히 평가해야 했으며, 최소한 사업을 중단한 시점이 1단계 사업이 종료된 시점이었어야만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사업이었다. - 성층권 비행선 사업일지 - 1998년 - 정보통신기반기술연구사업 타당성 분석과제 수행 (성층권 통신시스템 및 타당성 검토) 1999년 - 정보통신부 선도기술연구사업 (미·일·유럽 동향 파악 및 통신중계기 개발) 1999년 4월 - 항공우주산업개발기본계획에 포함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의결) 1999년 11월 - 과학기술부 21세기 뉴프론티어 후보사업으로 결정 2000년 8월 - 산업자원부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으로 산업분석 (기술기획운영회) 2000년 9월 - 국무조정실 정책연구개발사업으로 항우연 선정 2000년 12월 - 산업자원부 차세대신기술 개발사업으로 선정 2001년 1월 - 항우연 1단계 50m급 비행선 개발사업 시작 (신영중공업·나라셀텍·ADT 등 기업참여) 2003년 11월 - 50m급 비행선(VIA-50) 시험비행 성공 (11월 6일 공개시험비행은 강풍 등으로 중단) 2003년 4월 - 성층권 비행선 1단계 사업 종료 2004년 7월 - 성층권 비행선 2단계 사업 시작 (VIA-50A를 제작해 3Km 비행실험 성공) 2005년 9월 - 항우연 공군과 비행선 활용 협의 (성층권 무인비행선의 군사적 활용 방안) 2005년 12월 - 성층권 비행선 사업 중단 입력시간 : 2006/09/27 10:3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