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의 선물 매도를 기록하며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국내 증시 고점 논란과 미국의 유동성 확대에 대한 의구심이 겹친 데다,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18일 코스피200지수선물 12월물에서 외국인들은 1만390계약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지난 1월 22일(2만737계약 순매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파상 공세는 프로그램 매도로 이어져 현물 지수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프로그램매매에서 선물 순매도에 이은 베이시스 하락으로 2,572억원의 차익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 완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유동성 확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이것이 증시 불안 요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시장 대신 선물을 내다팔면서 매도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를 전체적으로 같이 보는데 이날 대만에서 정보기술(IT) 주식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국내에선 전체 비중이 높은 IT주식을 직접 때리기 보다는 선물을 활용해 시장 지수 하락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선물을 내다판 세력은 국내 증시에 꾸준히 투자해 온 장기 투자자 보다는 단기 투기 세력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늘 미결제약정이 장 중 한 때 8,000계약까지 늘었는데, 이는 단기 투자자들이 신규 매도-환매(매도 포지션 청산) 사이클로 전환했다는 뜻”이라며 “단기 투기 세력의 매매 규모가 2만 계약 정도에 불과해 선물 매도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