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北核 불똥 맞은 '핵의학 올림픽'

“잔칫집에 초상난 격이다.” 최근 학술대회 홍보차 기자를 만난 이명철(서울대의대 핵의학과) 세계핵의학회 회장은 “북핵 사태로 인해 어느 정도 참석 인원의 취소는 불가피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달 22일부터 6일간 서울 COXE에서는 ‘제9차 세계핵의학회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4년마다 전세계를 순회하며 개최돼 ‘핵의학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번 행사는 지난 74년 일본에서 1회 대회가 개최된 이후 30여년 만에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한국이 핵의학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미 70여개국의 핵의학자 3,000여명이 행사 참가를 위한 사전등록을 마친 상태이다. 학회 측은 현장등록 인원까지 합쳐 3,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긴급히 알려지면서 학회 측은 등록자들이 혹시나 참가 취소를 통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핵의학은 핵폭탄처럼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다르다. 방사선 동위원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선 중 감마선은 투과력이 좋아 인체의 촬영과 각종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사용되고 베타선은 암세포의 DNA를 파괴해 암치료에 이용된다. 핵의학기술을 적용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기기를 이용하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이 잡아내지 못하는 작은 크기의 암세포도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은 94년에 서울대병원에 첫 PET센터를 개소한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미국ㆍ독일ㆍ일본에 이어 연간 논문 발표 수가 많은 세계 4위의 핵의학 강대국이 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 핵의학의 위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국제적 연구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북핵 사태로 인해 대회 자체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그간 북한 핵의학 발전을 위해 지원해왔고 이번 대회에 정식으로 초청해 북한을 정식 회원국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같은 개념이지만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핵. 북한의 핵실험으로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핵의학학술대회에도 애꿎게 불똥이 튀었다. 북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핵의학회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의학계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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