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코리아 우리가 앞당긴다] 우리은행

현지법인 설립·M&A 등 전략 다양화로 승부<br>호주 시드니점·미얀마 사무소 등<br>하반기에도 해외 네트워크 구축

이순우(오른쪽) 우리은행장이 지난 4월 인도 첸나이지점 개점을 축하하기 위해 청동으로 만든 오일 램프인 디야(Diya)에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지난해 5월에 열린 우리은행 지역연구회의 학술 발표회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역연구회는 우리은행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사우다라(Saudara)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20년 이상 공을 들여왔던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현지화를 서두르기 위해서다.

사우다라은행은 지난 1906년에 설립된 은행으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에 미흡한 개인 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은행 영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인도네시아 진출 사례에서 보듯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높은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 이머징 마켓에서는 현지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로 네트워크 및 영업력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는 외화대출금 등 여신 증대 등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이 진출했다고 하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행태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해외로 나가봐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나눠먹는 수준의 영업 외에는 먹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성 위주의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리스크를 고려한 차별화된 진출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수익성과 성장성, 현지 시장 이해도 등이 높은 지역에 진출하되 진출 시기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 모색하되, 꼼꼼하게 따질 것은 따져가면서 나가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말 현재 총 15개 국가에 지점 13개, 현지법인 5개(영업망 41개), 사무소 3개 총 57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올해에는 상반기에 인도 첸나이지점 등을 개설했고, 하반기에는 호주 시드니지점, 미얀마 사무소, 인도네시아 버까시출장소 등을 열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 현지법인 설립, M&A 등 진출형태를 다양화할 것"이라며 "앞선 IT시스템 등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활용해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동남아지역의 한류열풍을 적극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순우 행장도 글로벌 리딩 뱅크로의 도약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당시부터 유독 글로벌 경영을 강조해 왔다. 그런 연장전에서 이 행장은 수시로 직원들에게 우리은행의 중장기 비전을 상기시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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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핵심 내용은 오는 2016년 아시아 톱 10은행, 글로벌 톱 50위 달성. 여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포화 상태인 안방 시장에서 제한된 먹거리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녹아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리은행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아시안뱅커(The Asian Banker)지가 뽑은 '2012년 한국 최우수 거래은행'에 2년 연속 선정됐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사업 부문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시안 뱅커가 한국 최우수 거래은행으로 우리은행을 2년 연속 선정한 것은 우리은행의 우수한 성과와 역량이 재확인된 것"이라며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사업 부문의 인지도와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지역 맞춤 금융인 키운다

31개국 81명 해외 연수… 70%가 현지 점포 근무

해외 진출의 성공 여부는 우수한 글로벌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판단 아래 지난 2002년부터 '글로벌 지역 전문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글로벌 지역마다 특화된 인재를 육성해 맞춤 인력을 파견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우리은행이 해외에서 탄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첨병과도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일단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6개월간 해외 현지의 어학기관에서 풀타임 연수를 받는다. 그간 매년 5~6명 정도를 해외에 파견했지만 지난해부터 10명 안팎으로 확대해 다양한 지역으로 파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보낸 인원은 12차에 걸쳐 31개국 8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70%가 국외 점포에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이집트, 미얀마, 베트남 등에 총 10여명이 파견됐다. 지난해 파견 지역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호주, 스페인, 일본, 중국 등으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금융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신흥 시장에 주로 많이 파견되고 있다. 일정은 매년 5~6월 선발을 통해 7~12월 해외에서 연수를 받게 되고 연말 귀국하는 식으로 짜여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시장 진출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현지 언어 등 문화에 최적화된 인재 양성과 발굴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며 "특히 해외 지점 근무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하려는 수요도 많아 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지역 전문가로 선발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도 적지 않다. 직원들로 구성된 지역연구 학술 동아리만 5개이고, 여기에 가입한 직원도 400명에 이른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연구회의 경우 지난 2001년에 만들어져 회원수만 100명이 넘는다. 유럽연구회에는 89명, 동남아연구회에는 65명, 이슬람금융연구회에는 82명, 일본연구회에는 5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글로벌지역잔문가로 뽑히진 못하지만 우리은행의 든든한 자산이 된다.

중국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직원은 "중국어 전공으로 평소 중국에 대한 관심도 많고, 글로벌 시장에서 G2로 까지 부상한 중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가입했다"며 "동료들과 친목도 다지고, 해외 근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이슬람이나 동남아 지역 연구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거 같다"고도 전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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