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유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이로써 지난해 5월 2.75%에서 2.5%로 낮아진 후 14개월째 동결이다. 이번 금통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경편성 시사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주목을 받아왔다. 자연스레 통화당국이 재정당국과의 정책공조를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시장에서는 국고채금리가 기준금리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지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회의 후 "향후 성장경로상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은이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0%에서 3.8%로, 내년은 4.2%에서 4.0%로 하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의 이번 경기판단으로 성장률 전망 하락이 공식화된 셈이다. 전망치 수정의 주된 이유는 이 총재의 말처럼 세월호 사고에 따른 영향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소비위축이다. 최 부총리 후보자도 경기에 대해 소비위축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화와 재정당국 책임자들 모두 현재의 경기상황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향방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이 이처럼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책의 합일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4월 취임한 이 총재가 최 후보자 등장 이전만 해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매파적 발언을 거듭해왔다는 점에서 갑자기 깜빡이를 변경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벌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렸든지 아니면 정부 쪽의 압력 가능성 내지 정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한 마디로 금리인하로 가기 위해 미리 군불을 때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 부총리 후보자 등장 이후 갑자기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라면 앞으로의 통화정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