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넘치는 기운

제4보(61∼82)



이 바둑을 둘 무렵의 김기용은 한국랭킹 37위였다. 랭킹 1위인, 게다가 콩지에를 꺾어 한껏 기세가 오른 이세돌로서는 얼른 우악스럽게 메다꽂고 싶은 상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완착을 연거푸 둘 까닭이 없지 않은가. 흑61 역시 아주 이상한 착상이었다. 이세돌이 기대했던 것은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차단하는 코스였음이 틀림없다. 그것이면 흑2, 4로 관통할 작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백62로 끼워넣는 묘수를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흑63의 응수는 어쩔수없다. 참고도2의 흑1로 받으면 백은 2, 4로 기분좋게 연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흑은 공연히 흑돌 하나를 보태준 결과가 된다. 내친걸음이므로 이세돌은 흑65 이하 71로 차단했지만 백74가 놓이자 흑의 요석 2점이 속절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이제 흑은 차단된 중원쪽 백대마를 호되게 공격하여 보상을 톡톡히 얻어내는 도리밖에 없는데…. "주변의 흑이 그리 튼튼하지가 못해서 잡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그저 우상귀와 우하귀의 집을 확정지로 굳히는 정도일 겁니다."(윤현석9단) "그 정도로는 흑이 못 이길 것 같지? 백은 좌상귀와 좌하귀가 모두 확실하고 하변도 퍽 안정된 모습이 아닌가."(필자) "백이 우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어요. 이세돌이니까요. 이세돌은 언제 어디서 역전의 묘착을 들고나올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윤현석) 백82를 보고 생중계실의 이춘규가 멘트를 올렸다. "허걱. 그 수까지 성립되나요. 김기용이 오늘 펄펄 날고 있습니다."(이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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