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임기말 청와대의 '오버'

임기 말임에도 청와대가 핵심 경제 정책을 사실상 지휘하고 관련 부처는 마지못해 여기에 따라가는 일그러진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발(發)’ 정책들이 넘실대고 있다. 일선 부처는 정책 수행의 주도적 권한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는 리더십을 잃고 있다. 또 지나친 개입은 무엇보다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특히 상당수 정책은 ‘대선’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줘 청와대가 ‘대선용 정책’을 만드는 데 앞장선다는 정치권의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은 지난 4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느닷없이 청와대 민생 태스크포스(TF)의 검토 내용이라면서 “이동통신 요금을 일부 합리화하고 저소득층이나 청소년들에게 유리하게 하는 제도를 고민 중”이라고 밝히면서 공론화됐다. 사전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아 청와대 발표 이후 업계는 크게 혼란스러워 했다. 청와대 측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 맡긴다”는 기존 통신요금 정책방향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의중을 억지춘향식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더 압권이다. 정부는 노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충북 청주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건의를 듣고 “정치 논리로 풀라”며 수수료 인하를 강력 지시하고 당초 예정됐던 공청회까지 연기하면서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했다. 최근 발표된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하는 방안도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정책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권오규 경제 부총리는 이례적으로 ‘대형 정책’을 청와대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총리가 재정 투입과 건설업체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청와대의 의중 없이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에 대한 규제와 단기 외채 문제 등도 대부분 청와대의 신호가 있고 나서야 정책으로 연결돼 나타나는 형국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일선 부처나 시장 간의 충분한 사전 조율 없는 청와대의 일방 통행식 정책 실행은 정치 논리에 치우쳐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임기말 청와대의 ‘오버’를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