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대선유감

“과거 대선은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대결 국면이 조성돼 바람직한 지도자를 뽑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래한국 비전 보고서를 내놓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거 과정에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정책 대결이 이뤄져 좀더 나은 비전을 제시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면 하는 바람을 표출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서 재계의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대선을 불과 20일 남겨둔 지금까지 선거판은 ‘BBK 의혹’ 등 온통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방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로서는 도대체 후보들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어떻게 나라를 이끌 것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선은 이 같은 진흙탕 싸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1997년 선거에서는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2002년 선거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설이 주된 이슈였다. 이는 고소ㆍ고발로 이어져 사태의 진위 여부는 결국 검찰에서 가려졌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검찰이 결정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거 과정을 보면 ‘정치=권력투쟁’이라는 정치현실주의자들의 살벌한 논리만 득세를 하고 있다.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올인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가 건전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의 과정’이라는 또 다른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건전한 정책 대결이나 합리적인 민의의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2002년 대선만 보더라도 후보단일화 쇼와 특정 후보의 비리 의혹 공방으로 날을 지새면서 누가 과연 보다 나은 비전을 갖고 있고 바람직한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검증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5년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영원한 중진국으로 남느냐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의 비전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선거가 건전한 정책 대결을 통해 사회적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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