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원 「은행 간섭」 어디가 끝인가

◎은행장 동정서 금리·자금운용까지 곳곳 입김/금융 자율화 옛말 눈치 금융·공포 분위기 고개/“관치행태 해도 너무한다” 업계 자조반 푸념반『정말 해도 너무 합니다.』 최근 재정경제원이 은행을 상대로 각종 「간섭」을 하는 행태를 지켜보며 은행직원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은행 관계자들이 전하는 재경원의 「간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은행장 동정에서부터 금리, 자금운용, 회장선거에 이르기까지 파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 저축증대 캠페인에 은행장이 직접 거리로 나가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1천억원 가까이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출금리 1% 포인트 인하를 「자율 결의」토록 유도하기도 했다. 12일의 은행연합 회장 선거에서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케한 것도 재경원의 작품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주식평가손으로 고전하고 있는 은행들에 언제 상장될지도 모를 비상장 주식(한국통신)을 사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 자율화가 조금 진척되는가 했더니 다시 구태로 돌아가는 모습』이라며 『오히려 최근의 상황은 과거의 「관치 금융」보다 더욱 심한 「눈치 금융」의 분위기를 조성, 폐해가 더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의 1차 책임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관에 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재경원의 은행에 대한 주요 「간섭」사례를 모아본다. ◇사례1=지난달 29일 저축의 날을 앞두고 시중은행장들은 일제히 저축증대캠페인을 벌였다. 당시의 저축증대 캠페인은 매우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행동으로 보였지만 사실 은행장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선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있었다. 은행장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캠페인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않겠느냐는 재경원의 「조언」이 있었다. ◇사례2=11월1일 35개 은행장들은 대출금리를 1% 포인트 낮추기로 「자율 결의」를 했다. 한 은행장은 회의후 『정부가 앞장서 경쟁력을 높이자는데 별 수 있느냐』며 총총히 발길을 돌렸다. ◇사례3=한국통신 주식매각을 위한 입찰마감일인 12일, 응찰자가 거의 없자 재경원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입찰에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 『마감시간을 하오 4시에서 밤 12시까지라도 연장할테니 반드시 입찰에 참여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연락을 받고」 대부분 1차 마감시간이 넘어 참여했다. 일부은행은 『은행 경영사정이 안좋으니 조금만 사도록 해달라』는 통사정 끝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은행보다 「조금만 사는」 행운을 누렸고 그렇지 못한 은행들은 10만주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만 했다. ◇사례4=12일 은행연합 회장 선거. 재무차관 출신의 이동호 현 집권당 지구당 위원장이 선출됐다는 소식에 은행간부들은 한숨뿐 이었다. 『오죽하면 은행장들이 스스로의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그렇게 했겠느냐』는 말로 자조를 대신했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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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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