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사태 계기/정부 「은행합병」 대세몰이

◎부도이후 은행경영진 집중성토 분위기/청와대 “외부인사선임 고려” 언급/「은행 다스리기」 이어 전격 합병 가능성한보사태로 금융계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고위관계자가 잇따라 은행합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그 배경 및 실제 성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29일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우량금융기관간 합병을 통한 선도은행 육성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은행 합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도 최근 한보사태를 은행산업 개편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경영을 잘못한 은행장이나 은행 임직원이 퇴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필요하면 외부인사들이 은행경영을 맡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한보사태를 계기로 은행에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한보그룹 부도사태로 은행경영과 경영진의 문제점이 집중적인 성토대상으로 도마위에 오르면서 『한보사태가 은행합병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검찰의 한보특혜대출의혹에 대한 수사가 조기에 종결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은행감독원이 뒤늦게 특별검사에 뛰어든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은감원의 특검이 최소한 2주일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은감원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수사를 할리 만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은감원의 특검은 「검찰수사의 보완」이라는 성격외에 「은행 다스리기」를 위한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합병에 외부에서 들어온 경영진보다는 내부에서 승진한 은행경영진이 보다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 따라서 한보사태를 계기로 외부경영진을 은행에 보내고 이들을 통해 합병의 분위기를 잡아가지 않겠느냐는 추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최근 금융권에는 대권일정과 연결지어 4월 단행설, 8월 단행설등 구체적인 시기까지 점치는 합병설이 퍼지고 있다. 은행합병은 두가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하나는 한보 관련은행 등 부실은행의 합병추진이고 다른 하나는 한부총리의 언급처럼 우량은행간의 합병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최근 수년간 경영부진을 나타내고 있는 일부은행들이 주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보대출은 은행의 책임인 만큼 은행이 도산해도 정부지원은 없다』는 청와대 당국자의 언급 역시 합병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은행도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도산이전에 합병이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실은행이나 소규모은행을 합해봐야 「규모의 경제」등 합병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는 만큼 우량 대형은행을 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특히 우량대형은행을 합한다면 타 금융기관의 합병은 당연한 수순이어서 한번에 금융산업 개편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많이 거론됐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이같은 새로운 분위기에 편승, 재론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선발 시중은행간 대통합도 고려대상에 올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난 94년 조흥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이 정부 실무진에서 검토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채 발행시장 개방등 업무영역조정에 따라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장기신용은행을 선발시중은행에 합병시키는 것도 합병모델이 될 수 있다. 국책은행 및 유사성격을 가진 은행간 대통합 가능성도 있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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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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