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비핵개방 3000’으로 요약되는 대북압박 전략으로 남북긴장 상태가 조성됐고 북한의 2차 핵실험에다 박광자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터지며 남북관계는 싸늘하게 냉각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방지구상(PSI) 가입범위 확대, 한미 가치동맹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긴장국면을 십분 활용, 아시아 개입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주한미군을 유사시 아시아 분쟁의 여타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주한미군의‘전략적 유연성’ 조항에 합의한 것도 중국의 반발을 불러온 일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안보의 완충지대로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행보는 계속됐고 이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유엔의 대북 안보리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의 기본 틀인 한미동맹을 지켜나가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중국과의 외교채널을 심화, 다각화함으로써 대중 소통의 깊이와 폭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미국의 아시아 개입정책에 대응해 주변 아시아국과의 외교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어 한국과의 외교관계 강화를 열망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시작으로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만들려는 중국의 구상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박 당선자도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해 한중 FTA 추진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중 경제공동체 구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다자 틀인 6자회담 재개도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 등 일정 조건이 갖춰질 경우 조심스럽게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6자회담 조속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올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은 한국과의 관계는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중국은 한국의 제1수출국이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기존의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경제 부문의 급속한 협력과 달리 외교ㆍ안보 부문에서는 대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드러내며 오히려 냉각기를 맞았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소원했던 대중 외교관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정립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