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K건설, 재무구조 개선 위해 4,800억원 유상증자 결정

SK㈜·SK케미칼에 악영향 우려<br>그룹 상장 계열사 참여 결정<br>중견건설 재무 리스크 재부각<br>해외사업 많은 대형사도 악재


SK건설이 해외건설 프로젝트 손실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구원투수로 SK㈜ㆍSK케미칼 등 그룹 내 상장 계열사들이 동원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의 유증 결정으로 최근 들어 잠잠해졌던 국내 건설사들의 재무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기업의 주가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은 25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SK건설 신임이사 및 이사회 신임의장으로 선임하는 동시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신주 1,472만여주를 주당 3만2,600원에 발행해 총 4,8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기존주주에게 1주당 0.66의 신주가 배정됐다.


SK건설은 SK㈜(40.02%)와 SK케미칼(25.42%) 등 SK그룹이 75.2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 모든 주주가 참여하면 현재 총 2,362만여주인 SK건설 주식은 모두 3,835만여주로 늘어난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11월9일이며 청약은 12월4~5일 양일간 진행된다. 주금 납입일은 12월9일이고 대신증권이 모집주선을 맡았다.


SK건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 역시 다른 대형 건설사와 같은 해외 사업 부문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재무 악화 때문이다. SK건설은 2011년에 수주한 사우디 와싯(Wasit)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 상반기 2,6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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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파로 지난달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기업의 체질 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SK건설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동시에 물러나는 동시에 보유 중인 SK건설 주식 132만5,000주(5.6%)를 SK건설 법인에 무상 증여하기도 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영업손실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SK건설의 유증에 참여하는 ㈜SK와 SK케미칼의 주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초 두산건설이 5,700억원 규모의 유증 발표 이후 이에 참여하는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이틀 새 10% 넘게 빠지기도 했다. 만도는 지난 4월 중순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3,385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히면서 5거래일 동안 주가가 30%가량 급락하는 등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SK건설의 유증 결정은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건설사들의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SK건설의 유증은 시장에 중견 건설사들의 부실 이슈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며 "동부건설ㆍ두산건설ㆍ한라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SK건설 유증이 해외 사업 손실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해외 건설 수주에 적극적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ㆍGS건설ㆍ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에 대한 우려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재무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들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원은 "가뜩이나 동양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SK건설의 유증 발표는 꼭 건설사가 아니더라도 업황이 어려운 해운업체 등 다른 업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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