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계 올림픽은 쇼트트랙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이 쏟아져 정말 재미 있게 봤습니다. 이제 올림픽도 끝나고 무슨 낙에 살아야 합니까." 1일 열린 아이스하키 결승전에 이어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까지 챙겨본 스포츠 마니아인 대학생 김정욱(22)씨는 올림픽이 끝난 뒤 허전함과 아쉬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씨는 "특히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 선수들이 기대도 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고 나도 목표를 세워 무언가에 도전하는 정신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즐거움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도 인터넷 동영상 등으로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을 몇 번씩 다시 보며 허전함을 달랬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지켜본 만큼 볼거리가 없어진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무력감과 허전함에 시달릴 수 있다. 직장인 신지성(29)씨는 "경제도 안 좋고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던 터라 올림픽 경기에 더욱 열중한 것 같다"며 "올림픽이 끝난 후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니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억해 삶의 활력소로 삼고 하루빨리 평상심을 되찾아 일상생활에 몰두해야 이 같은 허전함을 물리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두병 중앙대 정신과 교수는 "이번 우리 선수들의 훌륭한 활약은 정치ㆍ사회ㆍ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준 쾌거"라며 "하지만 이 같은 승리에 도취돼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하며 불가능했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얻었듯 우리 사회의 낙후된 분야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