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亞 외환위기 아직도 진행형] 부실채권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던 `부실채권` 문제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시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97~98년 당시 많게는 50%를 웃돌던 부실채권 비율은 한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10~20% 정도로 떨어져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는 여전히 부실채권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필리핀의 경우엔 외환위기 당시 13%에 불과했던 부실채권 규모가 19%로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외환위기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는 아니지만 일본 역시 54조엔에 이르는 막대한 부실채권 처리가 정치권 최대의 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 밖에 중국도 국영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로 발생한 부실채권을 조속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일본판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 여전히 커=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 정부는 자산관리공사(AMC)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채권 문제를 처리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인도, 타이완 등의 국가들은 부실채권 비율을 10% 내외로 낮춤으로써 부실채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를 통해 580억 달러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매입, 전체 부실채권의 80% 가량을 처리함으로써 부실채권 처리의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25%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필리핀도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액수로 환산할 경우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부실채권 총 규모는 2조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각국 정부들이 국가 신인도 추락을 우려, 부실채권 규모를 축소ㆍ은폐하는 경향을 감안할 경우 실제 부실채권 비율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11% 정도에 불과한 부실채권 규모가 전문가들의 추정치로는 약 6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도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공식 발표된 25%를 훨씬 상회하는 47%에 달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부실채권 절반 차지=일본과 중국은 외환위기의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해 있었지만 이들 두 국가의 부실채권 규모가 아시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 아시아 경제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일본의 부실채권 규모가 현재 54조엔(약 5,000억 달러)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는 총 6,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의 부실채권 규모가 공식 집계된 것의 3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이즈미 총리가 신년사에서 부실채권과 디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을 올 최대의 중점 과제로 꼽을 정도로 부실채권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태. 중국도 지난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시 향후 5년 내 금융시장의 전면개방을 약속한 상태여서 부실채권의 조속한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금융시장 개방은 곧 현지 은행의 몰락을 자초하는 길이기 때문.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프레드 후는 "중국이 현재의 점진적인 해결 방안을 고집할 경우 일본판 경제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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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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