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난지골프장 르포] 새벽에 택시타고 왔는데… "마감됐어요" 에 허탈

차안 입장객 손목엔 일일이 띠 채워…첫 팀 티샷하자 직원등 "굿샷" 외쳐

난지골프장이 첫 개장한 4일 새벽 골프장 직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대기하던 첫번째 이용객에게 손목띠를 채워주고 있다./왕태석기자

새벽에 택시타고 왔는데… "마감됐어요" 에 허탈 [난지골프장 르포] 차안 입장객 손목엔 일일이 띠 채워…첫 팀 티샷하자 직원등 "굿샷" 외쳐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난지골프장이 첫 개장한 4일 새벽 골프장 직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대기하던 첫번째 이용객에게 손목띠를 채워주고 있다./왕태석기자 4일 새벽 2시. 정문 초소 안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개장 여부를 묻는지 경비원이 3시부터 주차장 문을 열고 사람수와 차 번호를 기재한 뒤 5시부터 손목 밴드를 배부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오늘 라운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60개 팀 240명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3명의 남성이 맨 앞에 서 있던 RV차량 트렁크에 골프 백을 실었다.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김종현(46ㆍ망원동), 이건영(51ㆍ정릉), 정호원(47ㆍ서초동)씨는 전날 밤 9시께 차를 주차 시킨 뒤 집에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했다. 골프장 카트를 빌려 타고 주차 줄의 끝을 찾아 나섰다. 계속 밀려드는 차량 때문에 끝은 없었다. 막 도착했다는 30대 후반의 최익순 씨를 포함한 남대문 의류상인 4명은 “새벽 장사 마치고 왔는데 들어갈 가능성이 없으면 일찌감치 돌아가겠다”면서도 차를 빼지 않았다. 3시. 골프장의 주차장 문이 열렸다. 박인호 경기과장과 경비원이 차 한대 들어갈 때마다 차량번호와 탑승 인원수를 확인하고 크게 불렀다. 다른 직원이 기록을 하는 동안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8명쯤 되는 직원들이 오일영 골프장 사업부장의 “고객님”하는 선창에 이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40분여분이 지나자. 130대 차량에 나눠 탄 260명이 모두 입장했다. 대부분 중형차였지만 국민차로 불리는 경차도 있고 트럭도 있고 모범 택시도 2대 있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고 40~50대 장년층이 많아 보였다. 여성 비율은 4분의1정도. 주차장에 새겨진 번호에 맞춰 차들이 다시 줄을 서는 사이 골프장 정문 밖에서는 고성이 터졌다. 자기 차 바로 앞에서 마감된 50대 남성 골퍼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말리는 아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파주 교하에서 택시비 3만5,000원을 주고 왔다는 웹디자이너 이민주(32)씨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 때문에 못 들어가는 줄 알고 있다가 마감됐다는 소리에 “재미있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허탈해 했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차들도 있었지만 곧 U턴했다. 돌아간 사람이 못 잡아도 100명은 족히 될 듯했다. 4시를 넘기면서 곳곳에서 난상 토론이 펼쳐졌다. 인원 수 안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 이미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선착순으로 공정하게 들어왔다”고 반박하는 식이었다. 난지 골프장 공식 개장에 대한 열망은 같았지만 줄 선 순서에 따라 주장이 엇갈렸다. 5시. 번호표가 교부됐다. 주차 된 차에 타고 있으면 직원들이 기록해 둔 차량 번호와 인원수를 확인한 뒤 일일이 손목에 띠를 채웠다. 번호와 이름이 쓰여진 연두색 띠는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표 같았다.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클럽하우스 앞에 붙여진 티 오프 표 앞으로 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했고 시간 옆에 번호들이 적혔다. 6시28분 첫 팀은 맨 처음 차를 골프장 입구에 대 두었던 김종현, 이건영, 정호원 씨 등 1, 2, 3번과 전날 저녁 9시에 목동에서 택시 타고 와 14번을 받은 여성 골퍼 박미현씨 등으로 짜였다. 티오프 시간을 배정 받은 이들은 1인용 카트에 각자의 백을 실어 약 700m쯤 되는 오르막 길을 걸어 티 하우스로 행했다. 아직 어둑한 6시 10분쯤 현장 직원에게 입장권과 번호표를 재확인시킨 이들이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기장명 난지 골프장 사장이 선물로 준비한 볼을 티에 올려주자 2번 번호표를 받았지만 팀 중 연장자로 첫 티 샷을 하게 된 이건영씨가 긴장한 탓인지 연습 스윙을 다섯 번이나 한 끝에 볼을 날렸다. 웬만한 오픈 대회 우승자도 받지 못할 만큼 수 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주변에 있던 ‘난사모’ 회원들과 직원들은 목청껏 ‘굿 샷’을 외쳤다. 날은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 입력시간 : 2005/10/04 18:3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