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물가부터 잡겠다지만…

10兆 민생안정대책이 고물가 가중시킬 수도<br>姜재정 "물가감안 금리·환율운용"등 강조불구<br>"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플레 압력 높일것" 우려


정부, 물가부터 잡겠다지만… 10兆 민생안정대책이 고물가 가중시킬 수도姜재정 "물가감안 금리·환율운용"등 강조불구"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플레 압력 높일것" 우려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물가불안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도 성장에서 물가 쪽으로 급속히 선회하고 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5월 소비자전망조사'에 따르면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형편ㆍ소비지출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전월 대비 8.2포인트 낮은 92.2로 떨어졌다. 이는 신용카드 사태를 겪어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 2004년 12월(86.5)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낙폭도 IT 버블 붕괴 직후인 2000년 11월(8.3포인트) 이후 7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 전환도 명확해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4.9% 오르는 등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감안, 금리와 환율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출 증대 등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 및 경제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서민생활과 물가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10조원가량 재정을 풀겠다는 게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기기대지수 16포인트 급락=통계청의 5월 소비자전망조사에서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4월 93.8에서 5월 77.9로 15.9포인트나 하락해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경기기대지수 하락폭은 2002년 10월(18.1포인트) 이래 가장 컸다. 또 6개월 전 대비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전월 80.0에서 72.2로 떨어졌으며 경기에 대한 평가지수는 4월 72.4에서 5월에는 61.0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소비자기대지수가 급락한 것은 물가수준이 7년여 만에 가장 높게 치솟으면서 실제 경기둔화 속도보다 체감경기가 빠르게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6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둔화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지만 소비자평가지수 및 기대지수는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 향후 경기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유가 등 물가수준을 꼽는 응답자가 전월 대비 6.6%포인트 늘어난 75.8%에 달해 소비자들의 경기 판단에서 물가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안정 추구' 강조=강 장관은 이날 "지금의 경제상황은 현행법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능할 만큼 심각하다"며 "이제는 금융ㆍ외환정책 면에서도 물가안정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재정부 차관보도 이날 다른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하반기 물가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이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운용에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앞다퉈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을 '성장 포기, 물가 올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 장관은 8일 '고유가 극복 민생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물가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물가안정을 위해 성장이 전제되는 것이고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주 말 고유가 민생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하반기 내놓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예측치에서 하향 조정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서민대책 오히려 물가불안 가중 우려=정부는 물가 잡기가 어려워지자 고유가 타격이 가장 큰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유가환급금 지급 등의 '특단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연간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소비자물가도 0.05%포인트 밀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상수지 적자는 8억달러 더 늘어난다는 것. 권영선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10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풀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통화공급을 늘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고유가 대책 재원의 절반을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산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에 돈이 풀린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 둔화는 완만한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기조적인 물가상승 국면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가시적인 물가안정에 어려움을 따를 것임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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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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