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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진철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토지수용 주민과 대화로 해결”<BR>보상금 초기에 일괄 지급해 선이자 혜택 부여<BR>보상 불만자엔 택지개발때 우선권‘ 보너스’도<BR>주민 이익 배려 효과 커 사업 진행도 급물살


[CEO와 차한잔] 진철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토지수용 주민과 대화로 해결”보상금 초기에 일괄 지급해 선이자 혜택 부여보상 불만자엔 택지개발때 우선권‘ 보너스’도주민 이익 배려 효과 커 사업 진행도 급물살 제주시=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관련기사 • 진철훈 이사장 경영철학과 스타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진철훈 이사장(51ㆍ사진) 부임 이후 사업진행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가 제주도 출신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소탈함과 추진력이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토지수용을 원만하게 해결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제주도를 관광ㆍ휴양 중심지로 개발하면서 비즈니스ㆍ첨단지식산업 기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이며 내국인 면세점 운영 주체이기도 하다. 현재 제주도에 첨단과학기술단지,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ㆍ역사공원, 서귀포관광미항, 명품쇼핑 아웃렛 등을 조성하는 5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진 이사장은 토지수용에 있어서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주도 주민은 토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센터가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자 일부 주민들은 대대로 내려온 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민을 개발 대상이 아니라 개발 파트너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부 규정이나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익을 최대한 배려했다. 공익이 곧 주민들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판단 아래 주민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한 것이다. 먼저 정부의 보상규정을 따르되 토지보상에 불만을 가진 주민에게 택지개발 때 우선권을 부여, 별도의 보너스를 챙기도록 했다. 휴양형 주거단지에서는 주민들의 중ㆍ고생 자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단지가 조성되는 오는 2011년 이후 취업하게 될 그들에게 맞춤형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서다. 진 이사장은 “주민 입장에서 보상금을 더 받는 것보다 자식들의 미래를 보장받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주민들도 환영했다”고 말했다. 주민지원 방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토지 보상금을 초기에 일괄 지급하는 방식을 고안해낸 것이다. 그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지급하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초기에 일괄 지급해 선이자가 발생하도록 했다”며 “이는 국책사업으로는 최초의 시도였다”고 말했다. 진 이사장의 이 같은 배려는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지난 15일에 첨단과학단지 지주 30명과 합동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토지수용이 50% 이상의 진척도를 보인 순간이다.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진 이사장의 ‘발상의 전환’과 ‘친밀감’이 한몫을 담당했다는 게 센터 관계자들의 전언. 진 이사장은 3월9일 취임 때 선도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주민 대표들을 취임식에 초청했다. 그는 “취임식 자리에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주민을 초청, 센터의 사업 취지와 방법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시키면서 서로 신뢰를 쌓은 자리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임식을 지역주민 설명회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센터의 본사를 제주로 옮겼다. 센터가 서울에 자리잡고 있는 동안 지역주민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로 내려온 이사장은 프로젝트 부지를 중심으로 지역 구석구석까지 발품을 팔며 주민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정부의 의지를 전달했다. ‘삼촌, 소주 한잔 합서(하시죠)’라며 주민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진 이사장은 “제주에서 개발사업은 그동안 관 주도로 이뤄져 주민들로 하여금 피해의식을 갖게 했으며 지난 10년간 케이블카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이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1일 센터는 제주 주민에게 행동으로 믿음을 심어줬다. 첨단과학단지 조성공사의 첫 삽을 떴다. 이는 98년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첫 기공식이다. 제주 경제가 그동안 얼마나 침체돼 있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첨단과학도시의 착공이 있기 전 진 이사장의 발상의 전환은 주민들을 감동시킨 다른 하나의 얘깃거리를 남겼다. 그는 첨단과학도시 부지에 자리한 246기의 분묘를 이장하기 전 합동위령제를 지내도록 했다. 각 종교단체 대?美?불러 격식을 차린 제를 올렸으며 신방(남자무당)도 참가해 해원굿을 펼쳤다. 진 이사장은 “일각에서는 산 자보다 사자와 먼저 합의했다고 하더라”면서 “조상들이 먼저 합의해주니 후대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웃음을 던졌다. 그는 이어 “지역 정서을 알지 못했다면 위령제는 없었을 것이고 지주를 설득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이사장의 발상의 전환은 한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다. 97년 11월 서울 월드컵경기장 부지를 선정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동대문운동장이나 뚝섬, 보라매공원 등 10개 후보지 중 여건이 꼴찌인 상암동 난지도를 추천했다. 이사장은 “78년부터 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시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한 난지도에 세계적인 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자 관계자들이 모두 비웃었다”고 털어놓았다. 개막전에 파리가 날아들어 세계적인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자 당시 마포구청장은 대역사를 ‘천지개벽’이라는 말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당시에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잠실운동장의 경우 경기가 없으면 거의 비어 있는 시설로 연간 15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상암경기장은 할인점과 예식장, 식당, 영화관 등을 갖춰 하루 3만명이 활용하는 서울 서북부 주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상암경기장이 건설되면서 인근 지역도 정비됐다. 그는 “석유비축단지를 이전시키고 한전의 고압선을 지하로 들어가게 했다”며 “고압선 지하화는 지역주민의 30년 숙원사업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쓰레기 더미를 기회의 땅으로 바꾼 쾌거였다. 그는 87년과 88년에는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오륜동 올림픽공원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그의 대형 프로젝트 경험이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7/2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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