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원 성장기업부 기자
“많이 바쁘신가 보죠”
지난 19일 이번 정부 들어 첫번째 ‘중견기업육성ㆍ지원위원회’가 열렸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견기업 정책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이관시킨 후 처음 개최된 회의여서 기대감이 컸다.
참석한 민간위원(기업인 등)들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 구축에 한 몫 하겠다”는 책임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참석한 정부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실망감이 컸다.
당초 산업부가 주도할 때는 위원장이 장관, 정부위원은 각 부처 차관급이었다. 중기청장이 위원장이 되면서 관계부처 1급으로 정부위원이 구성됐다. 그런데 이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물론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특허청 차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철수 사무처장 만을 제외하곤 타 부처들은 입을 맞춘 듯 과장급이 참석했다.
차관급인 중기청장이 주도하는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게 들러리 역할일 뿐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박 대통령이 아무리 부처간 칸막이 제거와 협업, 정책조율을 강조한다 한들 실상은 이렇다. 개별 부처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적극 홍보하지만 정작 구호만 외치는 셈이다.
특히 차관급 외청인 중기청이 주도적으로 중견기업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사실 한계가 많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우선 중견기업정책국은 정책을 펼칠 예산이 거의 없다. 중소업계의 가장 큰 현안인 가업승계상속공제 등 각종 세제지원을 위해서는 기재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세수 펑크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큰 형인 산업부는 손발을 맞추기는커녕 독자적으로 5년내 수출 1억달러 이상 중소ㆍ중견기업을 400개로 2배 늘린다는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과 중복되는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니 중기청 내부에서조차 정부조직개편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이 허울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도 정부의 ‘따로국밥’ 정책이 별로 바뀔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