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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권력 강화'라는 말에는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임기 중 권력이 현행과 차기로 교차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정두언(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나 당으로 권력이 이동한다면 그 주요 구성원인 개개 국회의원의 권한이 강화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잠재적인 차기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당권을 가진 특정인에게 힘이 쏠리면 결국 개개 국회의원들은 또 다른 거수기로 바뀔 뿐"이라는 것이 정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말이 당과 국회지, 실은 차기 주자에게 권력이 이동하기 때문에 착시현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근 국회 권력이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거의 제왕적 권위와 권한을 가지고 국정 전반을 통제 장악한다"며 구조적 문제점을 거론했다. 또 "최근 국회 권력이 상당히 강화돼 공직자들이 국회에 가서 살다시피 하고 국회에서 반대하면 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며 "문제는 행정부에서 넘어온 그 권력이 대부분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며 국회에서 여야 간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의원들이 자율성 없이 당론에 따라 움직이고 집권 중반기부터는 레임덕 조짐이 보이면 차기 권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는 게 정 의원의 분석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임에도 집권 초부터 권력에 대한 '워치독' 역할을 하다가 저축은행으로부터 수뢰혐의를 뒤집어쓰고 1년간 투옥됐으나 결국 올 초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정치적 명예를 회복했다. 그만큼 권력과 정치의 생리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정 의원은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이 분산되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축소되고 국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도 커져서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입법부와 사법부를 보면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견제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여당에서의 서열이 그리 높지 않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도 실질적인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다. 그러니 무슨 견제와 균형이 제때 이뤄지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최고 권력자가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위법 또는 초법적인 통치행위를 하며 공공재인 권력을 사유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권력 사유화와 관련해 "장관의 권한은 법에 의해 국민이 위임한 것인데도 청와대가 위헌 우려가 있음에도 장관의 인사권을 행사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