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모습에 흥분하기 이전에 살펴봐야 할 것은 이런 세계 최고의 제품들 뒤에는 외국에 지불되는 막대한 로열티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우리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며 또한 가지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권리획득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지식창고'가 비었다고나 할까. 매우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반만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우리에겐 그 동안 많은 지식이 축적되어 왔다. 하지만 그 지식창고엔 우리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둔 지식들이 이리저리 쌓여있고, 또한 우리가 쌓아가야 할 빈 공간이 남아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가공해야 할 지식들이며, 우리가 채워가야 할 공간인 것이다.
지식재산권을 획득하지 못한 채 남의 원천기술로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속빈 강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환경에서 '지식재산권'이라는 권리획득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어두운 그림자를 여기저기 남기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발전'과 '진보'의 방향으로 변모해왔다. 그리고 그 발전과 진보의 중심에는 '새로움'과 '필요성'에 대한 요구에 따른 변혁이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틀'을 깨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역사는 '틀'을 깨면서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장남'과 같은 기득권층이 아닌 '차남'과 같은 기존사회의 소외층이었음을 보여준다.
21세기. 법칙과 질서로 대변되는 '모더니즘'이 지배했던 20세기를 떨치고 '지식정보화'라는 화두로 화려한 축포를 쏘아 올린 시대이며, 그 시대의 중심에는 '지식정보화'라는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논리와 합리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마치 생태계와도 같은 모습인 것이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제비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서로들 저에게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며 입을 쫘악 벌리는 새끼들. 어미는 이미 먹이를 먹은 새끼와 아직 먹지 않은 새끼를 어떻게 구별하고 먹이를 줄까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지. 해답은 새끼들의 입 크기라고 한다.
이미 먹이를 먹은 새끼의 입은 제 아무리 크게 벌려도 아직 먹이를 먹지 않은 새끼에 비해 작게 벌려진다고 한다. 따라서 어미는 새끼들의 입크기를 보고서 새끼들에게 열심히 먹이를 날러다 나누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듯 하면서도 거기에 나름의 질서가 있는 것이 지식정보화사회이다. 법칙과 질서로 구축되어 오던 세계가 무질서한 세계로 변모해가고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무질서 속에는 나름의 질서가 존재하니, 혼돈의 극에서 질서를 찾을 수 있는 '케이아스(Chaos)이론'과도 같은 사회로의 변화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서는 그 동안 사회에서 '장남'인 남성들에 가려있었던 '차남'인 여성들이 '틀'을 깨고 나와야 할 때이다. 여성들의 섬세한 감수성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두뇌는 90%이상이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고 한다. 곧 어머니의 머리가 자녀의 머리가 되는 셈인 것이다. 이는 곧 '엄마가 똑똑해야 자녀가 똑똑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색연필이 자녀의 창의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여성들에게 발명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설명회 등을 통해 많은 것을 알리고자 각종 행사를 개최해 오면서 아쉽게 느끼는 것은, 많은 여성들이 '발명'이라는 단어에 대해 지나치게 어렵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무슨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를 만드는 것만이 발명인 듯 생각하며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귀를 닫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평소 자주 언급하지만 발명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고의 '틀'을 깨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수정하고서 '지식창고'에 쌓인 재료를 가공하면 곧 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불편함. 그 불편함을 참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조금씩만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새로운 방안을 도출할 수 있고 이것이 곧 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알렉산더 그레이험 벨이 되느냐,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는 엘리사 글레인이 되느냐는 세심한 주의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지적소산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황소현<한국여성발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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