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전직원이 리더같은 수평적 조직 만들어<br>부장등 직급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br>24시간 콜센터등 고객 서비스 향상도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사내에서 ‘HJ’로 불린다. 이는 김 사장이 열린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사장님’이라는 권위적인 호칭 대신 영문 이니셜로 자연스럽게 부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권위와 위엄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CEO다. 김 사장은 ‘인재경영’을 중시한다. 그는 모든 사업의 근간은 결국 휴먼 비즈니스며, 보편적 인간의 가치와 철학을 사람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은 내부 직원은 물론 딜러와 파트너와도 철학과 가치의 공유를 통한 수평적 언약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까지 확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직원들에게 언제나 지도력(self-leadership)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선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상명하달식이 아닌 수평화된 조직을 통해 개인이 책임과 리더십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MW코리아는 이사,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전직원을 통일하는 시스템을 지난 1월부터 시작했다. 전직원이 보다 주도적인 자세로 업무를 책임지고 빠르고 유연한 조직 운영을 위해 실시됐는데 업계 안팎에선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내부 기반이 될 것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사장의 인사고과를 평가할 때 딜러 사장들과의 정기적인 미팅과 BMW 브랜드에 대한 전방위적 교육 제공, 딜러의 성과도 평가 항목으로 넣도록 본사에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는 일차적 고객으로서 딜러와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사장은 ‘모든 아이디어는 고객과 시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는 취임 초 전국의 영업점과 서비스센터를 다니며 수백명의 고객들을 직접 만나 현장에서 그들의 불만과 의견을 종합한 것을 사업적 아이디어로 전환해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독일 본사의 선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24시간 콜센터와 365일 연중 무휴 서비스센터, 긴급 출동, 모빌리티 케어, 에어포트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주요 고객인 고소득층의 까다로운 소비심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할 일이 많아 다급해 하고 힘들어 하는 직원들에게 김 사장은 우선 자신이 할 일을 하나 하나 적어볼 것을 조언한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하다 보면 10개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주장하는 '스스로 학습'의 출발점이다. 이 같은 자기 학습을 거치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신감이 표출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일은 중요도에 따라 선후가 있다. 따라서 ‘해야 할 일(Things to Do)’ 리스트를 만들 때 실천계획(Action Plan)이 가장 중요하다.“ 김 사장은 “스피드와 안전성, 효율성이 생명인 자동차업계에서 ‘만만디(慢慢的)’ 자세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치열한 수입차업계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원 각자가 효율적으로 시간을 이용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매일 밤샘작업이 기다릴 뿐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용을 매우 중시한다. BMW가 다국적 기업인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와 글로벌 마인드를 조직에 심고 적용하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 감정, 전통이 갖고 있는 장점을 접목시켜, 보다 발전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김 사장은 흔히 ‘등태산소천하’라는 공자의 구절을 인용하곤 한다.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더라’라는 이 구절은 결국 글로벌 마인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좀 더 큰 그림을 보는 데는 동서양이 없다는 뜻으로 보편 타당한 가치와 철학이야말로 비즈니스 성공이 밑바탕이라고 믿는다. 김효준 사장은 김효준 사장이 처음 자동차 분야에 몸을 담은 것은 지난 1995년. 당시 BMW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김 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했다. CFO에서 CEO로 변신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 김효준 사장은 취임 당시 "한국에서도 BMW 고유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품질과 가격 자체만으로는 힘들다. 서비스와 브랜드 이미지가 유일한 승부수"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BMW 판매량은 2000년(1,650대) 당시보다 460% 늘어난 총 7,618대의 판매 성과를 거뒀고 MINI 및 직접 세일즈를 포함하면 8,557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이뤘다. 그는 재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제약업체인 한국신텍스에 들어가 회계전문가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김 사장은 BMW에 스카우트되기 전까지 자동차 관련 경력이 한 줄도 없었다. BMW코리아 CFO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 사장은 이후 독일 본사로부터 적극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가 BMW에서 갖고있는 기록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현지법인 가운데 최초의 현지인 대표였다는 점. 2003년에는 BMW그룹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본사 등기 임원이 됐다. BMW 본사 임원이 되려면 '두 지역 이상에서 눈에 띄는 탁월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규정에 적용돼야 했지만 BMW는 회사규정을 바꿔가면서 한국 근무 경력이 전부였던 김 사장을 임원으로 임명했다. ▦1994년 한국신텍스 대표이사 부사장 ▦1995년 BMW 코리아 상무이사 ▦1997년 한국방송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0년~현재 BMW 코리아 사장 ▦2003년 BMW 그룹 본사 임원 ▦2005년~현재 한국능률협회 경영자교육위원회 위원 ◇경영원칙 ▦인재경영 ▦고객중심경영 ▦긍정, 적극적인 자세 ▦경각심과 시간 경영 ▦글로벌 마인드 본사 수석 엔지니어들 설득
BMW 모니터에 한글 입력 성과
1999년 12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본사의 파이젠 수석 부사장 주선으로 BMW 각 부분 개발담당 엔지니어들을 대면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70여장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들고 부분별 수석 엔지니어들 앞에서 아시아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하고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김 사장의 요구는 한글 지시어와 한글 네비게이션, 그리고 한국 규정에 맞는 리모콘 주파수의 장착이었다. 14cm가 더 긴 롱휠베이스를 가능한 한 빨리 한국시장에 먼저 출시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김 사장의 열정 덕분에 한글은 독어, 영어와 함께 7시리즈 모니터에 들어가는 3번째 언어가 됐다. 국내 수입차 가운데 모니터에 한글이 들어가는 것은 BMW가 유일하다. 엔진 오일 교환, 정기점검 일시, 또는 고장 여부가 모두 한글로 모니터에 표시된다. 한글 매뉴얼 작업은 단순한 알파벳과 달라 꼬박 1년 동안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친 끝에 탄생했다. IMF 시절 고객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BMW코리아는 본사로부터 딜러 금융지원을 받아냈다. 이 또한 김 사장이 본사로부터 받은 파격적인 지원이다. 가장 큰 규모의 딜러인 코오롱모터스에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인 연 5%(리보금리 + 0.25%) 정도의 금리로 미화 2,000만달러의 금융지원이 이뤄졌고 중소 딜러에게는 신용기간을 3개월로 연장시키고 전시 차량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갖가지 지원책이 실시됐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은 고객서비스를 지속시켜나갈 수 있었고 BMW 브랜드 고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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