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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이르면 이번주 내놓을 경제민주화 대선공약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차단'에 방점을 뒀고 지배구조 개선은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12월 대선 표심을 의식해 '마녀사냥식' 대기업 규제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민주통합당이나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과는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지향점과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현실에서 새로운 법률과 제도를 양산해 대기업의 수족을 옥죄기보다는 현행 제도 안에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경제적 당위성에 맞서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약내용 결정에 참여하는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대기업 지배구조는 현행 법체계와 시장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다"면서 "무분별하게 공약을 남발하는 야권과 달리 새누리당은 실현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공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집권 이후 지키지 못하거나 실행력 없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토해내기보다는 실천과 집행력이 담보되는 공약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제고 ▦불공정거래 차단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경우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분조정명령제, 국민참여재판,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을 공약 초안으로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제안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분조정명령제도'는 대기업 계열사가 불공정ㆍ불법행위를 반복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지분조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은 재벌 총수나 대기업 경영진이 횡령ㆍ배임 등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재판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지분조정명령과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표심을 얻기에는 안성맞춤 공약이지만 위헌 성격이 강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제안한 대기업집단법은 별도의 단일 법률을 만들지 않고 공정거래법ㆍ상법 등 경제관련 개별 법률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해 계열사 편입심사, 대기업 사장단회의 등 경영기구에 대한 법적 실체 부여 등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최종 내용을 결정하는 공약위원회는 별도의 법을 만들지 않고 공정거래법ㆍ상법에 해당 내용을 분산ㆍ채택하기로 했다. 현행 상법은 여러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그룹 사장단회의나 회장실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지만 새로운 상법 조항을 통해 총수와 경영진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경제민주화 강경파인 경실모가 제안한 경제민주화 내용 중 지분조정명령, 국민참여재판,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안건은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야권에서 경제민주화 초안 중 3~4개의 내용이 빠졌다고 해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해졌다고 공세를 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요한 것은 공약의 성찬이 아니라 실행 담보력"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보험 등 금융사, 계열사 의결권 제한 ▦계열사 편입심사 부분 도입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4%로 축소 ▦중간금융지주사 추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재벌 총수의 배임ㆍ횡령 집행유예 제한 ▦사외이사 수 대폭 확대 ▦감사위원회에 대한 사외이사 권한 강화 ▦소액주주 독립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속고발권 완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연기금 역할 확대 등은 대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약위원회는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내용 중 불공정거래 차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정거래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대거 마련했다.
▦재벌총수 부당행위 이익 환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불공정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채택 ▦사인의 행위금지청구권 채택 ▦납품단가 협의 의무화 ▦대형 유통업체의 백지계약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