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상환 유예는 물론 출자전환까지 해주고 있는데도 빚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니 제도와 운영에 의심이 간다. 물론 부실기업이 회생하기에는 1년이란 너무 짧은 기간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저조한 성과는 실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면 기다려 볼 수도 있지만 전망도 어두워기대는 빗나가고 있다. 현재 워크아웃이 확정돼 진행중인 77개기업중 50개기업은 기존 워크아웃계획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누가봐도 워크아웃제도는 실패작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회생가능성은 높지만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려는 원래의 취지가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당국의 평가와 자세는 안이하다는 인상이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워크아웃제도 1년을 맞아 대량연쇄부도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찬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IMF사태이후 봇물처럼 번졌던 기업연쇄부도를 막는데 워크아웃이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 부도를 면한 기업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대부분이 회생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결과적으로 부도유예협약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급한 연쇄부도라는 고비는 일단 피했지만 이대로 가면 제2의 한보사태의 화근이 될 수 있다. 30조원이 넘는 워크아웃기업들의 부채가 부실채권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워크아웃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해당기업들이 경영권유지에만 집착하면서 자구노력은 하지않고 기업연명수단으로 악용한다면 워크아웃은 이미 존재할 명분이 없다. 도덕적해이의 극치일뿐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살릴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시장활력과 기업가 의욕이 살아난다. 정부가 적극 육성하려는 벤처산업도 공정한 경쟁법칙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회생가능성있는 기업을 살리려는 워크아웃이 오히려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고 부실의 연장이나 심화를 부른다면 그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사상 최저수준의 저금리에도 못견디는 기업이라면 워크아웃이라고 살릴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