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저금릿대 명암

자금 부동산등 몰려 소비·투자 연결안돼[초저금리시대 명암]찬바람 여전한 실물경기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그에 따라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돈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부동산 쪽 외에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행방은 아직 정해진 것 같지 않다. 그 많은 돈들이 오가는 데 소비와 투자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 높아질 뿐이다. 일각에서 일본식 복합불황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시중돈들이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투자 및 기업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을 최대한 동원해야만 저금리의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금융당국의 고민 초저금리로 갑자기 난감한 지경에 빠진 퇴직자ㆍ노년층 등 이자소득 생활자과 마찬가지로 경제정책당국의 고민도 적지 않다. 자금이 투자나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떠돌기만 하는 '유동성 함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만 따지자면 고금리보다 저금리가 국민경제에 훨씬 이롭다. 고금리는 이자소득생활자들에게는 천국이겠지만 성장 엔진인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늘려 불황을 불러온다. 과거와 같이 경제가 고금리 이상으로 성장하는 고도성장기에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반면 저금리는 장기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기업들은 싼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그만큼의 생산성을 노릴 수 있다. 저금리는 투자를 촉진하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효과가 크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정부의 고민은 이런 선(善)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저금리는 이자소득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해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저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한계기업 존속→구조조정 지연→경제 불확실성 증가→소비위축과 증시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결국 돈은 주식시장으로 갈 것 정부는 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직접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빚에 의존해 외형만 늘려온 빚경영(debt financing)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대신 한푼이라도 싼 자금을 조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자본경영(equity financing)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돈은 결국 위험하지만 고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옮아갈 것"이라며 "이런 추세에 대비해 주식ㆍ채권 등 금융시장을 선진화시키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저금리 기조를 유도한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주식시장 활성화대책을 준비해오고 있다. 정책의 방향은 ▲ 장기 주식수요기반 확충 ▲ 시장건전성 제고 ▲ 증권시장체제 개편 ▦유상증자 등 발행시장 선진화에 맞춰져 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집단소송제도 시중자금의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돌리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연기금의 주식투자, 기업연금제도 도입, 우리사주신탁제도(ESOP) 역시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방안들이다. 변 국장은 "개인들의 금융자산은 740조원을 넘어섰지만 주식시장에 있는 돈은 200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저금리로 인해 개인금융 자산의 10%로 정도만 주식시장으로 유입돼도 주식시장은 엄청난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기업 신속처리 여부가 관건 그러나 올해 미국에서 나타난 금리인하의 역기능을 살펴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올들어서만 6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상승하게 돼 있다. 세계경기 침체 아래서는 기존 거시경제학의 원리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금리에도 질이 "좋은" 금리와 "나쁜" 금리가 있다. 좋은 금리는 90년대 장기호황을 구가한 미국의 저금리를 들 수 있다. 반면 실질금리 '0%'의 초저금리에도 부실을 과감하게 정리하지 못해 장기 복합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의 그것은 질이 아주 나쁜 금리에 속한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불안감을 잠재워야만 자금이 제대로 돌고 이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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