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별인터뷰] 윤종용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br>"도전·창의적 인재 키워야 디지털시대 선도할 수 있죠"<br>암기·이론·주입식 교육 지양 사고 넓히고 동기부여 필요<br>공학인증제·처우 개선등으로 이공계 우수 인력 확보해야



윤종용(66ㆍ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이 핵심이지만 현재의 한국 교육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생각 없이 기존 지식을 외우는 것으로 시류를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이를 뛰어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유망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뒤 현재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국내 공학교육에 대한 인증ㆍ자문 업무를 지휘하고 있는 윤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은 아직까지도 암기ㆍ주입식 교육에 주력하고 있고 대학교육도 이론 중심에 치우쳐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이어 "요즘 대학에서 전공 분야에 대한 기초교육이 많이 부족하다"며 "졸업생을 기업에 데려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달라는 것은 무리이지만 적어도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대 출신인 윤 이사장은 "기술이 없으면 산업도 없고 경제ㆍ사회발전도 요원하다"며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이공계에 호기심을 갖도록 관심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공학교육 인증 등을 통해 우수 엔지니어 인재들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나라입니다. 이러한 교육열을 토대로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한국 교육의 장단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2010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고등교육 이수율'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이 같은 열기는 산업화 후발주자로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교육의 양과 질의 불일치라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IMD 보고서에서 대학교육의 사회 부합도가 58개국 중 46위, '자격을 갖춘 엔지니어 공급 수준'이 47위를 기록한 것이 이런 현상의 단면입니다.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시대적인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십시오. 또 이와 관련해 우리 교육의 현재도 진단해주십시오. ▦디지털 시대에는 암기한 지식으로 흐름을 따라가면 되던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창의력 없이는 10년, 20년을 내다볼 수도 없고 미래를 선도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교육은 안타깝게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아닙니다. 창의력보다는 암기식ㆍ주입식 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학조차도 이론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호기심을 유발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평균 학업능력은 뛰어나지만 스스로 재미를 느껴서 혹은 무언가 도전의식을 갖고 배우는 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창의적인 도전, 실패, 고민을 통해 흥미와 즐거움을 발견하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교육도 확대해야 합니다.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넓은 시야와 안목ㆍ이해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체계와 방법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평준화ㆍ평등주의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재교육 도입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대학이 실용교육을 시키지 않아 신입사원을 뽑아도 바로 써먹을 수도 없고 다시 가르치느라 많은 비용이 든다'는 기업의 불평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실무를 가르치기보다 폭넓은 교양과 전인적 인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라는 지적이 상충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초 실무지식을 학문적으로 배우는 곳이기에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만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기초는 튼튼히 해야 합니다. 기업에 있을 때 신입사원을 뽑는 담당자들과 이야기해보면 '학생들이 자기 전공 분야의 공부를 많이 안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졸업학점 130~140점 중 45학점 정도가 전공필수 학점이라고 합니다. 상당수 학생들이 전공과목은 학점받기가 어려워 나머지 학점을 교양과목이나 쉬운 과목으로 채운다는데 이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대학에서 기초가 탄탄한 인재를 배출하면 기업에서 적응하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기초가 없으면 가르치는 기업도, 배우는 신입사원도 서로 힘든 법입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우수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공계를 홀대하는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겠지만 이공계인들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들보다 조금 어려운 길을 가면 어떻습니까. 그만큼 자신의 실력은 배가 될 것이고 사회에서는 그런 인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흥미를 갖고 재능을 키워서 이공계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도 이공계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대학의 공학교육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커리큘럼이나 실습환경 등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개선책을 한 가지 말씀해주십시오. ▦공학교육 인증이 공학교육 수준의 지속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증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요구하는 인증 기준을 대학에 제시하고 학교방문을 통한 평가 및 자문으로 대학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질적 개선을 이루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인증제를 통한 산학협력 강화도 공학교육이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원한다면 인증제를 통해 대학에서 이런 것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기업이 직접 참여해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을 대학에 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산학협력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