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는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과 걸어온 길이나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그린스펀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시장의 지휘자’ 역할을 했다면 버냉키는 ‘원칙에 충실한’ 이론가로 이름이 높다.
그린스펀이 뉴욕 월가의 거친 생활을 거치며 실물경제를 몸에 익혔다면 버냉키는 상아탑에서 이론적인 기반을 닦았다. 버냉키는 지난 53년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79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2년 FRB 이사에 오르기 전까지 캠브리지ㆍ스탠퍼드ㆍ프린스턴대학 등에서 거시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을 강의했다.
말하는 스타일도 대비된다. 그린스펀은 모호한 말을 즐겨 해 시장을 당혹스럽게 했던 반면 버냉키는 평이한 말로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말을 더듬기도 해 TV에 출연하는 것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정책에 있어 그는 시장이 정책입안자의 생각을 분명히 알 수 있게끔 임의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설정하고 신중한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또 최근에는 미국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그가 4월 백악관 경제정책 자문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 모를 정도로 정치색이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예산정책 등 일부 정책에서 백악관과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