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려울 만큼 영광입니다. 종양학(oncology) 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들의 멘토가 되겠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호암상에서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윌리엄 한(45)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6월1일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 31일 이같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 교수는 하버드대 생화학과 졸업 후 의학ㆍ면역학박사를 취득하고 MIT 화이트헤드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Post Doc)을 마치고 지난 2001년부터 하버드대 의대에서 후배 양성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종양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는 정상세포를 악성 종양세포로 바꾸는 암 유전자를 발견하고 암 발생 원인을 밝히는 모델을 개발, 업적을 인정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꿈이었다는 그는 "의사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숭고한 직업"이라며 "집안에 의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그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하는 데는 아직 미흡해 종양학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암을 정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 10여년간 연구 성과가 획기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시간이 걸려도 치료는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암 발견 후 곧바로 치료가 가능한 시기, 즉 암을 걱정하지 않는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엘리트로 성장한 그는 성실한 자세가 자신을 이끌어준 원동력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인 에이버린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한만응씨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은 문제가 발생하면 지레 겁먹지 말고 최선을 다해 정면돌파하라고 가르쳤다"며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연구 과정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데 타고난 재능만 믿고 달려든다면 포기하기 쉽다"며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연구자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영향을 준 사람을 묻자 그는 종양학계의 석학인 로버트 와인버그 MIT 교수와 에릭 랜더 브로드인스티튜트 디렉터를 꼽았다. 한 교수는"암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10여년간의 연구 방법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내가 연구에 열정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준 멘토"라며 "과학의 업적은 남지만 연구자는 잊혀지기 쉬운데 학계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인생의 목표를 걸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훌륭한 멘토가 있어야 한다. 나의 인생 목표이자 비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연구와 강의로 보내는 그는 "인생의 목표로 정한 일이라면 좋아서 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도 '어디서 일하느냐(직업) 보다 일을 해서 행복하냐'를 반문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몰입할 수 있는 나는 행운아"라고 덧붙였다. 안과 의사인 한국계 아내와 결혼한 지 14년 만인 지난 4월 첫딸을 품에 안았다는 그는 "각자의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출산을 미뤘다"며 "아내는 인생의 반려자이자 멋진 파트너"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