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은행권에 '외자(外資)경계령'이 내려졌다. 은행을 인수할 마땅한 국내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계 등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의 M&A에 입질을 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제일ㆍ외환은행 등을 외국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먹튀'로 상징되는 후유증을 겪은 우리로서는 일부 지방은행에 국한된다 해도 실제 중국계 은행 등에 팔릴 경우 기업정보 유출을 비롯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입찰참여의향서(LOI) 접수가 오는 26일로 다가온 가운데 공상은행과 뱅크오브차이나 등 중국계 두세 곳과 유럽계 금융회사 두세 곳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단독 입찰할지,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상은행 등 일부는 우리금융이 안 될 경우 광주 등 지방은행이라도 인수할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틀어 대기업을 위주로 한 사모펀드(PEF)에만 의존해야 할 처지다. 정부는 여전히 외국계로 매각하는 것을 배제하고 마땅한 후보가 없어 단독 응찰될 경우 블록세일(대량매매) 등 제3의 대안을 내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당국 일부에서는 지방은행의 경우 매각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외국계 자본에 매각해도 큰 무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내냐, 외국자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선진 금융기술을 우리에게 얼마나 전수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광주은행의 경우 전북은행 등 후보자가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계로 넘기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은행에 국한하더라도 외국계, 그것도 중국계로 실제 매각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제일ㆍ외환은행처럼 대형 시중은행을 매각해 정부 정책이 전혀 먹히지 않고 멕시코 등에서 드러났던 '금융주권 상실'이라는 상황은 아니어도 기업정보 유출과 같은 예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은행들은 주채권은행이 아니어도 상당수 알짜기업들의 여신정보를 갖고 있어 외국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경우 마음 먹기에 따라 기업정보를 캐낼 수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쌍용차 인수 뒤 기술유출 등의 후유증만을 남기고 떠났던 상하이자동차의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왜곡도 변수다. 지방의 경우 현지 토착은행에 대한 여신 의존도가 적지 않다. 제일은행은 지난 1999년 총여신 중 24%에 불과했던 가계대출 비중이 2005년 80%로 늘기도 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자본이 소유한 은행이 늘어날수록 경제정책의 약발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