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40달러(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를 돌파하며 ‘3차 오일쇼크’가 눈앞에 닥침에 따라 정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와 170달러를 넘어설 경우로 구분, 2단계에 걸친 네 가지 시나리오의 비상조치(contingency plan)를 마련하기로 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총리실 주관으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유가수준과 수급여건을 고려해 2단계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1단계 비상조치를 취하고 170달러까지 상승하면 2단계 비상조치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비상대책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다음주 초 장ㆍ차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단계 비상조치의 기준인 두바이유 150달러는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실질실효유가 150.2달러와 같은 수준이다. 170달러는 대중교통과 물류 유가환급금이 상한액(리터당 476원)에 도달한 시점에서 추정한 기준가격이다.
비상조치는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경우와 고유가에 수급차질까지 빚어지는 경우 등을 상정, 네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선 두바이유 가격이 150달러까지 올랐지만 수급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는 재정지원 등의 비상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공공 부문의 경우 실내온도와 조명기기 등의 조절을 통해 10% 에너지절감 방안을 시행하고 민간에도 자율적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기로 했다.
유가가 150달러에 이르고 수급차질도 발생하면 민간 영역에 대해서도 차량 5부제 또는 2부제 시행과 영업시간 규제 등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유가가 170달러까지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ㆍ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유가환급금 지급지원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았던 택시 등에도 환급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가 가격과 수급에 맞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정책의 포커스는 가격을 낮추거나 유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고유가가 수급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 대한 강제적인 수요억제책을 바로 꺼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에너지 이용을 강제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요건으로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돼 있는 만큼 쉽지도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