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SOC 민자 사업…새 모델을 제시해야
지난 6~7년 전부터 추진된 민간제안 정부 고속도로 사업은 총 10개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첫 삽이라도 뜬 사업은 평택~시흥 고속도로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 사업마저 금융약정이 체결되지 않아 브리지론(단기자금)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을 활용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SOC 민자사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업의 자금줄인 금융권의 투자가 끊기면서 제안만 해놓고 공사를 하지 못하는 사업이 쌓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진되고 있는 민자사업 한두 개가 틀어져야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10개 민자 고속도로 사업 가운데 평택~시흥을 비롯한 인천~김포, 안양~성남, 영천~상주, 제2영동, 수원~광명 고속도로 등 6개 사업이 인허가 절차를 끝내고 실시협약까지 체결했지만 금융약정을 맺지 못해 공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업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민자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H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률이 평균 9%에서 5% 초반대까지 내려온데다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마저 폐지하면서 금융권의 투자가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MRG란 정부가 SOC 민자사업의 운영수입을 일정 부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때 20년 동안 운영수입의 80%까지 보장해주는 제도가 유지됐다. 그러나 '퍼주기식 보상'으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2006년 정부고시사업을 제외하고는 MRG가 폐지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MRG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MRG의 부활만큼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MRG가 적용된 사업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다"며 "부작용이 심해 재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은 정부와 업계ㆍ금융권 모두 민자 SOC 사업에서 손을 놓은 상황이다. 그 사이 SOC 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건설업계의 경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강해성 대한건설협회 SOC 팀장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SOC 민자사업도 살릴 수 있다"며 "MRG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자금 재조달 규제 해제, 사업 해지시 지급금 상향 등의 조치를 통해 최소한의 사업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SOC 민자사업은 자금 재조달시 조달금리가 하향 조정되는 등 이익이 발생하면 사업자와 주무관청이 이익을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권의 기대수익 악화로 이어져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사업을 해지할 경우 금융권이 받는 지급금 역시 55% 수준에 불과해 보수적인 금융권 입장에서는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업체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은 안 되지만 최소한의 투자여건은 만들어줘야 한다"며 "수익률 부분은 정부와 민간이 위원회를 구성해 가격보다는 품질에 기초한 적정 수익률을 산정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