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채권 처리

3년내 장부상 깨끗이 정리일본 정부의 경제ㆍ재정운영방안 원안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날 경제재정자문회의가 "부실채권 처리에 따른 고통을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경제ㆍ사회 각 분야에 대해 개혁의 칼을 뽑아든 고이즈미 내각이지만,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는 역시 일본 경제의 최대 난제로 지적되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이다. 총리 자신도 선거운동 당시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부실채권에 대한 '고이즈미 개혁'는 골자는 명쾌하다. 주요은행이 떠안은 기존 부실채권은 앞으로 2년 이내, 신규 발생분은 3년 이내에 매각 등의 방식을 통해 장부상에서 완전 해소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온 부실기업들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는 등 경기가 급랭하는 위험부담 속에 세워진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개혁안의 실현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달 16개 대형은행이 2000회계연도 하반기 결산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6개월동안 16개 은행에서만 3조4,000억엔의 신규 부실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이들 은행은 향후 3년 동안 총 11조7,000억엔이라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장부상에서 지워야 한다. 은행 부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실업이다. 최근 일본의 민간 연구기관들은 정부의 부실채권 최종처리 방안이 실행될 경우 건설, 유통, 부동산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적어도 50만명에서 많게는 130만명에 달하는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도 부실채권 해소가 경기 악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라는 가능성과 함께,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고용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경제재정자문회의의 개혁 원안은 일본 경제에서 부실기업 등 비효율적인 부문을 도려내는 대신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육성, 앞으로 5년 동안 5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실업 대책을 세워 놓고 있는지는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 정부가 경제정책의 역점을 구조개혁에 두는 점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이 형성됐다고는 하지만, 100만명 안팎의 국민이 아무런 대책 없이 실업자로 전락한다면 경제 회생이라는 정부의 최종 목표는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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