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확충펀드 "콜옵션이 발목잡네"

시중은행, 유동성 생겨도 5년간 유지 계약 때문에 상환못해 '속앓이'<br>매년 5%이상 이자도 큰 부담… 탄력적 운용 필요


시중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에서 지원 받은 자금을 갚으려고 해도 5년 이내에는 상환할 수 없다는 옵션에 묶여 애만 태우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시중은행들이 정부로부터 3조9,560억원의 자본확충펀드 자금을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펀드자금을 상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펀드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와 향후 5년간 펀드자금을 미리 갚을 수 없다는 콜옵션 제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은행 유동성에 여유가 생겨도 펀드자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 운영위원회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계산시 기본자본(Tier 1)으로 인정되고 후순위채권은 보완자본(Tier 2)으로 분류돼 BIS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자본확충펀드로부터 각각 1조원을 지원 받았으며 ▦농협 7,500억원 ▦하나은행 4,000억원 ▦우리금융지주 3,000억원 ▦경남은행 2,320억원 ▦광주은행 1,740억원 ▦수협 1,000억원 등을 받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용경색이 진정되고 해외자금 조달여건도 크게 좋아져 자본확충펀드 자금을 상환할 여력이 많지만 콜옵션 제약 때문에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경우 실제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은 물론 유동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대형 은행까지 상징적인 의미에서 참여를 했다"며 "자금사정이 호전됐는데도 앞으로 5년간 자본확충펀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자금지원 규모 및 은행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매년 5% 이상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은행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구제자금 상환을 승인 받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따라 우리도 자본확충펀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자가 5% 이상 된다는 것도 은행에는 큰 짐"이라며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도 펀드자금을 갚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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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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