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FTA, 급하면 체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0일이 됐다. 오는 7월이면 한ㆍ유럽연합(EU) FTA도 1년을 맞는다. 지난 2003년 한ㆍ칠레 FTA로 뒤늦게 시작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우리나라는 FTA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우리의 경제영토는 세계 경제(국내총생산(GDP) 기준)의 61%를 차지하는 45개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에서 캐나다ㆍ멕시코와의 FTA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콜롬비아와의 FTA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중국과 협상을 시작했으며 일본과도 조만간 협상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TA 체결에만 의미를 두고 급히 서두르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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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과의 재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을 모두 중단했다. 한미 FTA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을 염려하기도 했거니와 실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인력에 한계가 있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봇물처럼 협상을 진행하다가 우리가 득이 되는 FTA를 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각 부처와 주요 기관들이 앞다퉈 FTA 성과를 홍보하고 나섰지만 실제 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직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원산지 증명 서류, 규정, 발급 방식이 개별 FTA마다 제각각인 스파게티볼(spaghetti bowl)의 덫으로 인해 수출할 때 관세 인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수출 증대 이외에 선진 기업과의 기술투자협력과 같은 추가 FTA 효과도 발굴이 필요하다. 또 수입관세 인하분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유통업자의 배만 불리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한 정부 관료는 한중 FTA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정부는 '성과'로 평가받기 위해 FTA 협상 개시나 타결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고 사석에서 토로했다. 급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이쯤에서 FTA 추진 전략에 대해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뻥뻥 터뜨리는 FTA 협상 개시ㆍ체결 소식보다 우리 경제에 득이 되지 않을까.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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