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북사업 '속도조절' 나섰다
현정은 회장 "인내 가지고 기다리겠다"… 방북일정 백지화도'북한과 오해풀기' 일단 실무진 접촉으로 전환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현대그룹이 난마처럼 꼬여든 대북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현정은 회장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겠다"며 당분간 대북사업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김윤규 전 회장의 퇴출을 놓고 빚어졌던 남ㆍ북한 정부와의 갈등이 부담스러운데다 롯데관광의 참여설까지 불거지면서 사태가 갈수록 현대측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10일 사내 메일과 홈페이지에 올린 '사랑하는 현대아산 가족 여러분께'라는 글을 통해 "현대아산과 북한은 친구 이상의 형제"라며 "우리는 형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또 김 전 부회장의 축출과 관련, "얼마 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며 "비 온 뒤에 땅이 더욱더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대북사업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라며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자신이 직접 대북접촉을 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이달 중 방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알려졌지만 지금의 분위기로서는 섣부른 직접 접촉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현 회장의 방북이 이달 말이 될지, 연말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건은 북한 정부가 현 회장을 대북사업의 파트너로서 공식 인정해주는 것인데 (현 회장의) 지난번 방북에서는 이 같은 성과가 미약했다"며 "따라서 조급하게 현 회장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실무진 등을 통한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대북사업 추진전략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다소 무리하게 대북사업을 챙기려고 의욕을 보였지만 잇따른 장애물을 만나 한발 후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10/10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