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도가 사상가로 꼽히는 장자의 글을 보면 바다새(海鳥)를 죽인 노(魯)나라 임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날 바다새가 노나라 서울 근교에 날아와 앉았다. 이를 기쁘게 여긴 노나라 임금은 친히 이 새를 궁궐 안으로 데려와 음악을 연주해 주고 맛있는 술과 고기를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그 새는 결국 사흘만에 죽고 말았다.'
트위터 등 새 서비스 속속 등장
이 우화를 통해 장자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대우라도 상대방의 니즈(욕구)를 고려하지 않는 소통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나라 임금은 자신이 즐기는 음악과 술ㆍ고기를 바다새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새를 죽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는 새와 사람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자는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틀린 생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마음을 가져야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어떤 특성과 니즈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소통 전략을 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던짐으로써 상대방과의 조화를 이루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장자는 역설한다.
21세기에 장자를 거론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 오늘의 기업 경영 현실 속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 시대를 맞아 조직내 인력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지구촌 곳곳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들과 소통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회사의 사활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이 때문에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는 "미래 경쟁의 초점은 조직 구성원과 외부 조직간의 효율적인 소통에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글로벌 주요 기업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을 일방적으로 지시만 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보다는 리더를 변화시킬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이를 구성원 뿐만 아니라 시장과 직접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요즘 트위터를 보면 외국 기업들은 최고경영자들까지 나서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기술 융합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 기술융합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은 과연 소통을 잘 하고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전세계 1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를 보자. 요즘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 오너들도 잇달아 트위터에 계정을 열고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일부 오너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데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도대체 일은 언제 하세요"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세상과 상당히 소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과 소통하는 기회로 활용을
문제는 내용이다. 이들 오너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먹고 마시고 노는 얘기일 뿐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그나마 안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기술융합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얼마나 빨리 파악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기업들도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을 그저 즐기는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좀더 생산적인데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