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11월 11일] 극초단타매매 두고만 볼 것인가

지난 5월6일 뉴욕 다우지수가 20분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면서 8.600억달러 가량의 시가총액이 사라져 버린 일이 발생했다. 급하게 주문을 취소하는 등의 홍역을 치러야 했던 이 사건의 범인은 극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ㆍHFT). 미 금융 당국은 최근 이에 대한 규제안 마련에 나섰다. HFT 등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매매를 자동화하는 알고리즘 매매가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거래량의 5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는 프로그램 매매와 유사하지만 거래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대량 주문을 분할하거나 빈번하게 호가를 제출ㆍ정정ㆍ취소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대량 분할 주문이나 호가 주문의 빈번한 교체는 5월 뉴욕의 경우처럼 시장 불안정시 급격한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알고리즘 매매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금융 당국의 규제를 피하는 매매 형태를 언제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알고리즘 매매는 시장 유동성 제고와 거래 비용 감소 효과, 가격 효율성 증가 등 순기능적인 요소도 갖고 있어서 마냥 거부만 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알고리즘 매매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나 단점 보완이 필수적인 기법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경우 한 달 전 한국거래소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통계는 고사하고 아직 알고리즘ㆍHTF 매매의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 사설 투자자문사를 중심으로 알고리즘 매매가 점차 늘고 있지만 실체 파악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도 알고리즘 매매에 의한 주문 실수가 선물시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5월의 뉴욕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 것이다. 나날이 진화해 가는 알고리즘만큼이나 금융 당국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병온 기자 rocinan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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