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대책 시장 반응 "생각보다 평이 하다" 시큰둥

당장 효과 보기 어렵고 타이밍도 너무 늦어<br>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 훌쩍


정부가 26일 오후 외환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은 직후 원ㆍ달러 환율은 뜻밖의 움직임을 보였다. 외환시장에 사실상 뒷짐을 지다시피 했던 정부가 모처럼 '백화점식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환율은 오히려 1,520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환율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관계자들의 발언에 그대로 묻어났다. 교포 자금을 끌어들이는 등 수급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생각보다 평이한 대책이다. 당장 효과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대책 면면이 당장 달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강도 또한 약해 시장에 큰 효과를 주기가 어렵다는 것. 당국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만 환율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여서 타이밍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예상보다 약한 안정책=시장 관계자들은 우선 이번 대책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소득세 등을 면제해주는 방안의 경우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탁구 KB선물 과장은 "정부 대책 수준의 세제혜택으로는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을 돌려놓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글로벌금융불안과 자신(외인)들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국채선물을 4,000계약 이상 순매도했고 현물채권도 100억원 이상 팔았다. 전일에는 2,000억원 이상 현물채권을 매도했다. 대책에 대해 외국인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재외동포 여유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세제혜택과 공기업 외화차입 원활화 방안도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공기업보다 신용도가 좋은 곳도 대외여건으로 외화차입이 어려운 마당에 규정을 손본다고 차입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무리"라며 "당장 임팩트 있는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거주자 역시 금융위기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텐데 약간의 세제혜택으로 투자 위험을 상쇄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해외로 변칙적으로 빠져나간 자금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고 특히 물밀듯이 밀려온 자금이 지금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가 나중에 되풀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늦은 타이밍… 시장은 거꾸로=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생각보다 평이해 시장의 실망감이 컸던 것 같다"며 "특히 환율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타이밍 효과도 약했다"고 평했다. 실제 오전만해도 하락세를 유지했던 환율은 당국의 대책 발표 계획이 전해지던 정오쯤 상승하기 시작했고 발표시점인 오후2시를 기해 오히려 전고점(1,525원) 근처인 1,524원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류 팀장은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데다 월말을 맞아 대기성 결제수요도 많았고 특히 역외세력이 오후 들어 강력한 매수세를 보이며 환율상승을 이끌었다"면서 "이면에는 당국의 시장안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대했던 당국의 정책이 약발이 안 먹히면서 환율은 당분간 위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탁구 과장은 "다음달 초 급등에 따른 조정분위기가 점쳐지지만 대외여건을 감안하면 당분간 상승세는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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