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타임스=본지특약] '전부아니면 전무'식 중동협상

헨리 키신저<前美국무장관>미국이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 또 다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섣불리 덤벼들 경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미국은 명심해야 한다. 현재 중동사태와 관련해 희망적인 것은 양측 모두 지쳤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의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하는 것은 상대방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즉 근본적인 타협이 불가능한 것이란 점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 상태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자치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거하고 지난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하기 이전 상태로 국경이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평화협정안을 제안했다. 이 협정안에는 이스라엘이 국경선을 지난 1967년 이전으로 해준다면 중동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중동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던 딕 체니 부통령은 이 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백악관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했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바꾼 것은 아마도 사우디가 펼친 외교의 성과일 것이다. 지난 30년간 이스라엘과 관련된 중동 문제는 미국의 개입이 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중동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번 미국의 개입으로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제안을 받아 들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복잡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당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을 자신의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벌였던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협상을 되풀이 할 경우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수 있다. 사우디의 협상안은 일단 이스라엘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치지도자 모두가 1967년 만들어진 국가간 경계선을 '국경'이 아닌 1948년 전쟁 결과에 따른 '휴전선'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를 국경으로 받아들일 경우 1967년 이후 팔레스타인 내부로 이주한 20만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보금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동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보장장치가 없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 평화협정은 테러리스트 단체인 하마스 등을 조용하게 만들기 보다는 더 극렬한 투쟁에 돌입하게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정권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이를 폐기할 수 있다.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미국을 비롯한 제3자가 이를 방지하는 보증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유일한 방식은 미국이 중동 국가의 침략 시 이스라엘을 도와준다는 보증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아랍국가의 전면적인 공격이 아닌 이상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는 현재 조건 하에서 영구적인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나올 수 있다. 중동 위기는 관리될 수 있지만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끊임없이 매달림으로써 결국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관련 당사자들은 현재 모두 지쳐있고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시민사회 붕괴와 경제 파탄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측의 상황을 활용하고 또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다는 것을 전제로 한 휴전(ceasefire) 합의'이며, 또 협상은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방식이 아닌 점진적인 형태가 되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양측의 시민사회 복구와 경제적 회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결국 합의가 불가능한 이들 국가 양측의 파경을 몰고 올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호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단순한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이스라엘도 보증 되지 않는 평화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동문제 해결에 있어서 이 같은 문제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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