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이날 오전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진작 물러나려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사태 수습 후 사표를 수리하기로 해 당분간 총리 업무는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총리의 사의 발표는 청와대와 협의가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대폭 개각 등 향후 수습책의 밑그림을 마련하고 실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총리가 전날 세종시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사의 표명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고 상경해 내각 총사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의 나 홀로 사의에 대해 야당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한길 공동대표와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홀로 사퇴를 선언한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며 비겁한 회피"라며 "가뜩이나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에서 총리가 바뀌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안 공동대표는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우선 총력을 다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