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책상 위 휴대폰에 짧은 진동이 울린다.
"언제 들어와?" 부인의 문자 메시지다.
"7시 도착 예정" 답장을 보낸다.
7시 20분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누르고 한걸음 물러서서 한 층씩 올라가는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천천히 후각을 자극해 온다.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마주쳤던 헬멧을 쓴 배달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현관 문 앞에 도착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찰나 붙어있는 ○○치킨 전단이 눈에 띈다. 무심코 붙어있는 전단을 떼어 집안으로 가져간다. 아내와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아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반반치킨 한 마리 주문. 그리고 우리 가족의 소박한 '불금' 파티가 시작된다.
위의 일화는 '치킨공화국'에 사는 우리들의 흔한 일상 중 하루다. '치킨공화국'이란 말은 이젠 더 이상 어색하거나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 단어다.
국내 치킨 매장 수는 얼마나 될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으로 전국의 치킨집 수는 약 4만 3,765개다. 다시 말해 전국 3,500개 읍·면·동 마다 12개의 치킨집이 영업 중이란 말이다. 이 숫자는 전국 평균치이며 실제로도 서울시 웬만한 동네에는 30개 이상의 치킨집이 있다. 설마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으로 요즘 TV광고에 등장하는 배달앱을 실행한 후 우리 동네 치킨집 수를 세어 보자. 아니면 주말마다 집 앞 문고리에 걸려있는 배달음식 광고책자 속 치킨집 수를 세어 보자. 아마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이 이 책자를 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치킨만 먹고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도 한 줄기 빛이 되는 소식이 있다. 사단법인 한국계육협회 닭고기 통계자료 중 닭고기 도축현황 자료를 보면 2003년 1년간 닭고기 도축현황이 49만 3,325마리, 10년 후인 2013년 1년간의 도축현황은 79만 1,155마리다. 해마다 닭고기 도축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말은 닭고기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치킨집 창업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또 외식업 중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비용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음식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도 비교적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치킨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으로 고객층이 넓다는 특징이 있어 창업 시 상권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소자본 창업이라는 점에서 점포의 위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상권은 세대 수를 기준으로 5,000∼1만 세대의 주택가 지역이 적당하며 입지는 초기 투자비를 고려해 권리금이 없거나 저렴한 주택가 이면도로에 위치한 33㎡ 정도의 상가 임차가 좋다. 이렇게 될 경우 초기 창업비용으로 5,000만∼7,000만 원 선에서 창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