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생산성본부는 생산성에 대해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진다는 확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통해 너무나도 익히 들어왔던 생산성이라는 용어에 대해 그 정의를 이 시점에 다시 한번 음미해보고 싶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 95년 1만달러를 넘어섰음에도 그로부터 7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선진국과의 소득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국가비전으로 제시, 범국민적인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또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생산성 혁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전략 및 시사점을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 최근의 한 조사내용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가 중 인구가 1,000만명을 넘는 10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증가하는 데 평균 10.2년이 소요됐고 인구가 그보다 적은 10개국은 평균 8.5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국가 중 특히 호주는 무려 16년이라는 오랜 시일이 걸렸던 데 비해 이탈리아ㆍ싱가포르ㆍ일본 등은 5년 내지 6년 정도의 단기간에 국민소득 2만달러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인가에 대해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상기 조사대상 국가 중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걸린 이탈리아와 일본, 그리고 싱가포르의 경우에서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에게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국가의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과정이 시사하는 바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사관계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사관계는 바로 생산성 혁신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의 고소득국가로 발돋움해나가기 위해서는 노사가 대립과 투쟁의 관계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동반자적 상생관계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정부만의 목표보다는 노사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노사경쟁력을 높여 이를 달성해나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노사경쟁력은 2002년 현재 비교대상 49개 국가 중에서 47위로 최하위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만한 노사관계 속에 생산성 범위 내에서 임금인상이 이뤄짐으로써 단기간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일본의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큰 것 같다.
노사안정이 핵심적 요소
둘째, 참여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맞물린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의 강화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 중 하나는 지역의 생산성 혁신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생산성 혁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바, 이와 관련해 지역별로 전문산업단지를 특화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활발한 지원을 통해 이를 성공시킨 이탈리아의 사례를 모델로 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셋째, 서비스산업과 제조업의 조화로운 발전 또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고용창출 능력은 일반적으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쪽이 더욱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서비스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는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의 사례가 좋은 본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국민소득의 배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별기업 차원의 생산성 혁신이 중요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선 부가가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외환위기 사태 이전에는 25%선을 유지해왔으나 2002년 말 현재 21%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이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믹스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면서 원재료비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아울러 노동생산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주5일 근무제가 기업경쟁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자 1인당 생산성뿐만 아니라 시간당 생산성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일례로 근무시간 중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해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자본생산성의 혁신을 빼놓을 수 없다. 설비가동률을 비롯해 투하자본에 대한 부가가치의 제고와 수익률 향상을 위한 노력도 긴요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확신을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신념에 대한 근로자의 정신자세이다. 요약컨대 정부와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외환위기 사태를 거울 삼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생산성 혁신 마인드의 고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김재현(한국생산성본부 회장) >